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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기업 주주총회에서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반대 목소리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의결권 행사건수를 14배나 늘린 운용사도 있고, 반대표를 전년 대비 9배나 많이 던진 운용사도 있었다.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올해 첫 주주총회 시즌을 겪으면서 기관투자가의 행동이 눈에 띄게 증가한 영향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을 뜻하는 말로,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독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도입됐다. 한국지배구조원에 따르면 현재 25개 자산운용사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
6일 매일경제신문은 이들 25개 자산운용사 중 운용자산 규모가 최소 4조원 이상되는 대형 운용사 7곳(트러스톤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하이자산운용·한투밸류자산운용·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메리츠자산운용)을 대상으로 올해 1~3월 정기주총 의결권 행사 내역을 전수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이들 대형 자산운용사가 올해 주총시즌에 의결권을 행사한 건수는 한 회사당 평균 483건으로 전년(328건) 대비 47.2% 늘어났다. 이 중에서 반대 의견을 행사한 건수는 한 회사당 평균 39건에 달했다.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기 전인 지난해(19건)에 비하면 반대 목소리가 두 배 이상 커진 것이다. 이들 회사의 의결권 가운데 반대 비율은 평균 8.2%로, 금융감독원이 마지막으로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통계를 집계한 2015년 주총시즌(61개사 평균 7%)에 비해서 반대 의사표시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튜어드십코드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한국투신운용은 지난해 대비 반대 비율이 9배나 늘어났고, 지난해 20건의 안건에만 의결권을 행사했던 하이자산운용은 올해 309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해 의결권 행사 비율을 14배나 증가시켰다.
자산운용사의 반대가 가장 빈번했던 의안은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출'을 비롯한 이사회 문제로 집계됐다. 조사 결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을 비롯한 6개사가 가장 빈번했던 반대 안건 사유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건'을 꼽았다. 하이자산운용만이 이사보수액한도 승인 건수 비율이 36.4%로 보수 문제를 많이 지적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의 경우 올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48개 안건 중 이사선임과 감사선임 등 이사회 문제를 합한 건수가 전체 67.3%에 달했다. 재무제표 승인, 이사보수한도액 승인, 임원 퇴직금 규정 승인 등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5%를 밑도는 수준이었다.
한투밸류운용 역시 가장 많은 반대 안건 사유로 사내외 이사 선임과 관련된 이슈(46.1%)를 언급했다. 이 비율이 76.5%까지 치솟은 신한BNP파리바 역시 마찬가지였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판단 근거가 애매한 재무제표 승인, 배당금 증액 등과 관련한 이슈 등과 비교해 이사회 관련 문제는 가이드라인에 위배되면 반대할 명분이 충분하다"며 "독립성이 떨어지는 사외이사가 와서 대주주 거수기 노릇을 하면 회사 경쟁력을 깎아먹을 수 있어 반대 논리가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감사 혹은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 존재도 이 같은 트렌드에 한몫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3% 룰이란 회사의 감사를 선임할 때 대주주와 특별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쳐 의결권을 3%밖에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각각의 개인 지분에 한해서 3% 룰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A회사의 최대주주 지분이 30%이고 자녀 2명이 각각 지분을 10%씩 들고 있다고 하자. 이 경우 이 회사 감사를 선임할 때는 최대주주 및 특별관계인 지분(50%) 중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3%에 그친다.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최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고 두 자녀 의결권도 각각 3%로 줄어들어 최대주주 및 특별관계인 영향력은 9%로 내려가는 구조다. 운용업계 입장에서는 감사 및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되는 것을 이용하면 자신들의 의견을 좀 더 효율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셈이다.
한편 올해 주총시즌에 운용사들이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이미 3월 주총 전부터 발벗고 나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독려하는 동시에 앞으로 도입 기관들이 원칙을 제대로 적용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는 계획까지 밝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 연말 국민연금까지 가세하면 주총시즌은 그야말로 목소리를 키우려는 자산운용사들의 각축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비롯한 초대형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 위해 기업들을 만나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지 기업 지배구조를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는지 등을 평가하고 있다"며 "이건 세계적인 추세인데 그동안 우리 자산운용사들이 너무 의결권 행사를
[한예경 기자 / 홍장원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