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나온 당첨자 발표에 따르면 이 아파트 청약 당첨자의 최고 가점은 79점에 달했다. 1가구만 나온 분양가 30억6500만원, 전용면적 176㎡(당첨자 가점 41점)짜리를 제외하면, 이 단지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해선 최소 58점, 최고 79점의 가점이 필요했단 얘기다.
이 결과를 두고 사람들은 '돈 많고 가점 높은 무주택자 혹은 1주택자가 이렇게 많았느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점 79점은 무주택 기간이 15년이 넘어 최고점인 32점을 받아야 하고, 부양가족이 5명이라 가구 구성원이 가구주를 포함해 6명이어야 하며(30점), 청약통장을 2003년 가입해 15년 이상 보유(17점)해야 얻을 수 있다. 언뜻 보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점수인데도, 12개 타입 중 63㎡판상형·타워형, 76㎡타워형, 84㎡판상형, 103㎡타워형 등 타입에서 79점의 당첨자가 나왔다. 무주택으로 15년간 살아왔으면서도 부양가족도 많고 현금 보유력이 최소 7억원, 최고 12억원이 있는 사람이 상당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들 중 상당수가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던 강남 아파트 청약에 가점 높은 청약통장을 아낌없이 꺼내 쓴 것이다.
전용 176㎡ 당첨자 가점도 41점이나 됐고, 그 외 타입 최저 가점은 58점이었다. 41점의 경우 무주택 기간이 3~4년, 아이가 하나 있는 3인 가족만 돼도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길면 달성할 수 있는 점수지만, 58점은 간단하지 않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에서 만점인 17점을 받아도 아이 둘인 4인 가정 가구주가 무주택 기간을 10년 이상 유지해야 획득 가능한 점수다. 이 결과대로라면 자금 조달 능력과 무관하게, 30대에서 40대 초반 나이대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당첨이 어려웠다는 결론이다.
타입별로 분석해보면 중소형에 고가점자가 대거 몰릴 것이라는 예측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추첨 비중이 절반인 대형에도 고가점자가 의외로 대거 몰리는 현상이 나왔다. 중소형은 100% 가점으로 당첨 여부가 정해지기 때문에 고가점자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반면 부담이 큰 대형 면적은 상대적으로 고가점자가 덜 몰릴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는데 빗나갔다. 전용 103㎡ 판상형과 타워형은 평균 가점이 각각 69.88점, 63.63점으로 소형인 전용 76㎡ 판상형(63.87점)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았다. 특히 소형에서도 가장 물량이 많은 122가구가 공급돼 높은 인기가 예상됐던 전용 76㎡ 판상형에서도 상대적으로는 낮은 가점 59점의 당첨자가 나왔는데, 이를 두고 가점 경쟁을 우려한 사람들이 다른 면적으로 몰려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초대형에서도 가점 상황은 극명히 갈렸다.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가장 분양 가격이 낮은 것도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전혀 되지 않는 단지라서 당첨자들이 어떻게 자금조달을 할지, 그 과정에서 중도 포기자가 얼마나 나올지도 관심거리다. 특히 몇몇 동·층 가구의 경우 일조권이 확보되지 않은 '영구음영'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벌써 포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후문이다. 부모님이 당첨됐다는 한 시민은 "기다렸던 단지에 당첨돼 기쁘지만 영구음영이 든다는 단지가 꽤 있다던데 당첨 단지는 괜찮은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정부 당국이 디에이치자이 개포를 예의주시하며 자금조달계획서를 면밀히 살펴 세무조사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라 이에 따른 포기자가 나올
청약시장 경쟁률이 이번 '디에이치자이 개포'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디에이치자이 개포에서 가점이 높은 청약통장 1200여 개가 한번에 소진됐기 때문에, 이들은 이후 1순위 청약이 불가능하다. 결국 이후 청약시장의 경쟁률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인혜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