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재건축 안전진단 용역공고를 낸 서울시 송파구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전경. [매경DB] |
작년 말 재건축 부담금을 피하기 위해 조합들이 벼락치기로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했을 때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예측 가능한 정책을 실행해야 할 정부가 재건축 가격 누르기에 집착하면서 행정 혼란만 키운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22일 정비업계 및 해당 아파트 단지들에 따르면 송파구청은 전날 오후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의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용역업체를 선정한다는 긴급 공고문을 냈다. 이 아파트는 최근 구청이 진행하는 안전진단 현지 조사를 끝냈다.
이달 중으로 접수를 마치고 다음달 초쯤 업체와 용역 계약을 해 안전진단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강동구청도 명일동 신동아아파트의 안전진단을 위한 용역업체 선정 공고문을 게재했다. 이 아파트는 안전진단에 관한 열의가 높아 주민 약 96%가 비용을 이미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아파트 외에도 안전진단을 위한 현지 조사를 끝낸 재건축 아파트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모습이다. 구로주공아파트가 다음주 용역업체 공고를 내기 위해 예치금을 구로구에 넣었고, 영등포구 일대 아파트들도 작업을 서둘러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규정을 피하기 위해선 안전진단 용역업체와 계약까지 마쳐야 한다. 통상 현지조사~안전진단 의뢰에만 최소 20여 일이 걸린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안전진단 용역업체 공고까지 냈다면 아슬아슬하게 법 적용을 피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아파트 단지들이 바로 안전진단 절차에 착수한 것은 정부 역시 규제 시행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진단과 관련한 법령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시행령'과 '안전진단기준 고시' 두 가지다.
도정법 시행령엔 현지 조사에도 공공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근거가 들어간다. 안전진단기준 고시는 구조안전성 항목 가중치를 높이는 내용과 공공기관이 안전진단 적정성을 의무적으로 검토하는 부분과 관련 있다.
국토부 장관이 관장하는 '안전진단기준 고시'와 달리 도정법 시행령은 대통령까지 결재가 올라가야 해서 전자관보에 게재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국토부가 '시행에 한두 달 걸린다'는 최초 발언과 달리 먼저 손댈 수 있는 법안부터 처리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얘기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관련 법안을 일괄처리하던 관례와 달리 따로따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법 시행을 얼마나 서두르는지 분위기를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예측 가능한 정책을 시행해야 할 중앙정부가 혼란을 키운다는 비판도 많다. 안전진단 기준 개정안이 시행되고 도정법 개정안은 발효되지 않은 상황에서 안전진단 계약을 체결할 경우 기준은 적용받고 시행령은 적용받지 않는 상황도 예상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도정법 시행령은 26일쯤 입법예고될 전망이다. 입법예고 기간은 대개 40일 정도지만 국토부는 3월 말 정도까지 최대한 시간을 단축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평가되는 목동신시가지아파트는 주민들의 안전진단 동의서 제출을 독려하며 입주자대표회의 차원의 재건축 추진 공식화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실질적으로 규제를 피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동의서 징구가 바로 완료된다 하더라도 현지조사 용역업체 선정까지 최소 20일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
이날 목동단지 주민들은 지역구 소속 황희 의원이 개최한 의정보고회에 참석해 안전진단 강화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도 했다. 일부 주민은 국토부에 법 시행을 늦추기 위해 집단적으로 민원을 제출하자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주민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손동우 기자 / 추동훈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