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증시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급격한 변동성 장세가 펼쳐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이 투자 자문하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는 펀드가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을 올려 투자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펀드매니저의 주관적 판단 대신 정교하게 짜인 알고리즘을 활용해 예측이 어려운 변동성 장세에 더욱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2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1일 기준 국내에 설정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17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1.83%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4.60%)과 국내 주식혼합형 펀드(-2.72%), 해외 주식형 펀드(-3%) 수익률을 크게 앞질렀다. 특히 3개월 기준으로는 국내 주식형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2.20%)을 기록한 데 비해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플러스 수익률(0.58%)을 보이기도 했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상품은 주로 중위험·중수익을 겨냥한다. 상당수 상품이 주식시장이 상승 국면일 때는 시장 지수를 추종해 경쟁력 있는 수익률을 올리고, 하강 국면에서는 현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계량화한다. 단기에 고수익을 내려는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지만 악재로 주가가 갑자기 출렁거리는 등 돌발 변수에는 유리하다는 평가다.
개별 상품으로는 에셋플러스알파로보글로벌그로스성과보수펀드가 연초 이후 3.51% 수익률로 성과가 좋았고, 미래에셋AI아세안펀드(3.32%)와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펀드(1.83%)가 뒤를 이었다. 미래에셋AI스마트베타펀드는 1년 기준 수익률이 20%에 달해 비교적 장기에 좋은 수익을 올렸다.
변동성 장세에 AI를 활용한 투자 전략이 관심을 모으면서 일부 펀드의 경우 꾸준히 설정액을 늘리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대신로보어드바이저자산배분성과보수펀드와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펀드는 연초 이후 13억원이 순유입됐다. 이들은 설정된 지 1년 남짓의 펀드로 설정액 규모가 50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유입 규모가 만만치 않다.
자산운용 업계 역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하며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
리츠자산운용은 21일 은퇴자를 겨냥한 메리츠시니어펀드를 내놓으면서 은퇴자산의 변동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투자자문회사 파운트투자자문의 투자자문 서비스를 도입했고, 삼성자산운용 역시 올해 초 ETF 솔루션 본부를 신설해 로보어드바이저 상용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