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후폭풍 ◆
재건축 업무만 20년 넘게 맡고 있는 노원구청 재건축 담당자의 울분 섞인 토로다. 그는 "강남3구 주요 단지 상당수가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노원구는 올해 말 기준으로 준공 30년이 넘는 아파트가 4만가구를 넘는다"며 "정부가 과연 서울 어디를 타깃으로 정상화를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이 강남권과 비강남권으로 나뉘는 지역 간 불균형을 더욱 키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준공 30년이 도래해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이 가능해진 서울 내 아파트 10만3822가구 가운데 강남3구를 제외한 나머지 22개 자치구 아파트는 총 8만6255가구(83.1%)다. 안전진단 절차부터 막혀버린 서울 아파트 5가구 가운데 4가구는 비강남권에 위치해 있다.
재건축이 막힌 아파트 비중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진다. 2019년에 준공 후 30년이 도래하는 아파트 3만5870가구 가운데 비강남3구 아파트는 3만1569가구(88.0%)다.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정작 정부가 재건축 열기를 잡으려던 강남3구보다는 나머지 자치구들이 피해를 입게 된 셈이다.
특히 노원구의 경우 내년까지 재건축 연한 30년이 도래해 안전진단이 필요한 아파트가 5만2816가구(서울 전체의 23.8%)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서울 동북권 끝에 위치한 노원구는 30여 년 전 '포스트 강남'을 노리며 지어졌던 옛 주공아파트들이 많다. 인구나 면적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낙후돼 작년 한 해 집값 상승률은 1%대에 그쳤다. 이제 막 준공 30년을 맞아 모처럼 주거환경 개선을 노렸던 노원구 주민들은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된 셈이다.
반면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강남권 아파트단지들은 재건축에 더욱 속도를 높이고 있다.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는 오는 28일 서울주택도시공사 강당에서 재건축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재건축추진위원장 선출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앞으로 사업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도곡동 개포럭키아파트도 최근 재건축 개시를 위한 세부개발계획 수립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건립계획을 포함해 용적률을 높이는 개발안을 만들어 상반기 안으로 서울시에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요청할 예정이다. 더구나 강남권 재건축단지들은 몸값을 더 높이려 '해외 설계'까지 경쟁적으로 도입하며 랜드마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잠실주공5단지, 대치동 은마아파트, 개포주공4단지, 반포주공1단지에 이어 조만간 정비구역 지정을 앞둔 대치동 미도아파트 등도 해외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서판선 미도아파트재건축추진준비위 기술위원은 "천편일률적인 디자인과 건축공법에서 벗어나 강남 최고의 주거 랜드마크를 만들기 위해 세계 일류 설계업체를 찾아 설계를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과거 서울 도시설계 과정에서 여의도 반포 압구정 잠실 대치동이 먼저 이뤄지고, 상계동이나 목동은 상대적으로 늦어 후발주자인 이들만 결국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로 큰 타격을 받게 된 셈"이라면서 "정부의 오판으로 강남과 강북 격차가 점점 더 커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비강남 거주자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에는 '서울시의 강남북 및 동서 간 개발 차별 반대 및 균형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요청합니다'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청원을 올린 이는 "강남에는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영동대로 지하화 등 도시개발
[최재원 기자 / 박인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