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작년영업익 추월 가능성
배터리 업종의 삼성SDI는 출시가 임박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9'에 대한 중소형 배터리 공급량이 늘고, 만도(자동차)와 삼성엔지니어링(건설)은 각각 중국과 중동 쪽 수주가 증가하며 작년 부진했던 실적을 올해 단숨에 만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삼총사는 올해 수익성 높은 사업에 주력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이들의 연간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3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증권사 3곳 이상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 평균값)가 존재하는 144개 기업 가운데 올 상반기(1~6월) 누적 영업이익이 작년 전체 이익을 추월하는 곳은 11곳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작년 신규 상장사, 기업분할에 따른 재상장 기업, 회계 문제·대규모 법적 손실 비용 등을 겪은 업체 등을 제외하면 3곳만 남는다.
이들 3사 가운데 삼성SDI는 올 1분기 흑자전환으로 실적 턴어라운드의 포문을 연다. 작년 1분기 673억원 적자에서 1년 만에 644억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SDI의 사업은 스마트폰 배터리를 책임지는 중소형 부문과 전기차 등에 공급하는 대형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중소형 배터리 사업이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왔다.
작년 1분기 중소형 배터리 사업은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와 갤럭시S8 출시 지연 등으로 200억원 이상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갤럭시S9이 다음달 조기 출시되면서 정반대 결과를 내는 셈이다. 대형 배터리 분야는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판로가 여전히 막혀 있어 눈에 띄는 수익을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스마트폰 배터리가 전기차 부문의 적자를 메우는 형태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철중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갤럭시S9 출시 효과로 삼성SDI의 1분기 소형 배터리 영업이익은 65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SDI는 '애플 관련주'로도 통한다. 삼성SDI가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를 갖고 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X'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독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해 아이폰 판매가 부진하다는 것이다. 올해 삼성SDI의 지분법 이익이 작년 대비 반 토막 날 것이란 예상이 증권가에서 속속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SDI 주가는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12.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낙폭(-2.1%)의 6배다.
일각에선 순이익 감소에 따라 배당 여력은 줄겠지만 자체 사업 실적은 개선될 수 있어 최근 낙폭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배터리 기술력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며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 삼성SDI 제품 탑재 비중이 늘고 있다"며 "대형 부문의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도 올해 본격적으로 수익이 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부품 업체 만도는 작년 주요 납품처인 현대·기아차의 부진에 따라 실적이 급전직하했다. 작년 영업이익 835억원은 전년 대비 72.6% 급감한 수치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작년 10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5년 만에 만도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하면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62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은 중국 지리기차의 성장과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고성장에 따른 것이다. 중국 지리기차는 볼보와 합작해 링크&코 브랜드를 설립한 후 작년 12월에 첫 모델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만도는 이 모델에 서스펜션 등 각종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리기차는 작년 만도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ADAS도 만도의 수익성 개선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ADAS는 센서를 통해 충돌 등 위험 요소에 자동 대처해 주행을 돕는 기술로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이다. 만도의 ADAS는 주로 현대·기아차 고급 차종에 들어가는데 올해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관련 매출이 2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외형상 쪼그라들고 있지만 내실은 단단해지고 있다. 연간 매출은 2014년 9조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5조원대로 줄었다. 2015년 1조4543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 이후 철저하게 수익이 나는 수주만 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매출 위주의 '덩치 경쟁'에서 물러났다. 작년 말 새로 CEO에 임명된 최성안 사장도 이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새 CEO 효과는 연초부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