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 또 옥죄기 ◆
여기에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까지 발표되자 이 지역 주민들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목동 주민은 "정부가 이런 식으로 재건축 10년을 늦춰서 대체 뭘 어쩌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일단 2월 안에 빠르게 동의서를 수집해 최대한 법 시행 전에 안전진단 현지조사까지는 마쳐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 조치로 서울에서는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송파구 일부 지역 재건축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재건축의 가장 초기 단계인 안전진단을 어렵게 만들고, 기존에 무난하게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던 'D등급(조건부 재건축)'에 대한 일정 조정까지 할 것을 시사하면서다. '강남 집값 잡기'에 나섰던 정부의 재건축 조이기 2탄 격이다. 다만 강남구·서초구 대부분 단지는 이미 재건축이 완료됐거나 안전진단을 받아둔 상태여서 큰 영향이 없다. 결국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서울에서는 양천구, 노원구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에서 핵심은 '구조 안전성' 비중 확대다. 기존에는 안전진단 종합판정을 위한 평가항목별 가중치가 구조 안전성 20%, 주거환경 40%, 시설 노후도 30%, 비용분석 10%였는데 이것이 구조 안전성 50%, 주거환경 15%, 시설 노후도 25%, 비용분석 10%로 조정된다. 그러나 주민들은 구조 안전성만큼이나 열악한 주거환경과 시설 노후도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비중을 낮추고, 구조 안전성 배점을 높인 것은 실제 '안전'을 생각한 조치라기보다는 재건축을 늦추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정동 주민은 "최근 지은 아파트처럼 잘 지은 아파트가 아니라서 녹물이 나오고 곰팡이가 생기는 등 주거환경이 좋지 않다"면서 "내진설계도 제대로 안 돼 있고 화재가 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무조건 구조 안전성이 중요하니 나머지는 수리해서 살라고 하면 되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목동 주민은 "정부가 주민 안전을 볼모로 잡고 있다. 구조만 안전 문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조치로 강남 따라 가격 상승을 꿈꾸던 목동이나 상계동 등 1987~1988년 준공해 최근 재건축에 시동을 걸던 아파트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함 센터장은 "분양시장과 한강변 재개발로 풍선효과가 우려되고, 압구정이나 개포처럼 이미 안전진단을 받은 강남권 단지가 더 공고한 섬을 쌓게 될 것"이라며 "재건축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연기하는 것인데, 결국 나중에 주거지 노후화와 재생 문제가 터지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남3구에서는 송파구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잠실 쪽 아파트는 이미 재건축이 완료됐거나 중간 단계까지 온 경우가 많지만, 몇몇 대형 단지들은 재건축이 늘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5540가구인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나 4494가구인 문정동 올림픽훼밀리아파트의 경우
[박인혜 기자 / 정순우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