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신문이 거래재개 후 2주간의 추이를 살펴보니 6개월가량 억누른 결과는 폭등이었다. 인기 단지는 최대 8억원까지 치솟았다. 투기 방지라는 명목으로 내놓은 정부 정책이 오히려 강남 재건축 급등을 부채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이후 강남 재건축 주요 단지의 장기보유자 매물 거래량은 20여 건으로 집계됐다.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치싸움이 팽팽한 최근 강남 주택시장 분위기 때문에 절대적인 거래량 자체는 많지 않다.
하지만 가격 상승폭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반포 재건축 시장의 최대어로 불리는 반포주공1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140㎡ 3층 매물이 지난달 30일 43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 같은 면적 같은 층수 매물이 35억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8억원 올랐다.
지난 6개월간 정부가 재건축 거래를 강제로 틀어막았지만, 일부 실수요자들에 한해 구제해준다는 명목으로 허용하자 단박에 23%가 뛴 것이다. 이 단지는 지난해 관리처분계획 승인을 신청했기 때문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부담금 리스크가 없는 데다 입지도 뛰어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9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신반포3차와 경남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들 단지 역시 연말 관리처분 신청을 마쳐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했다. 경남 전용 97㎡는 작년 7월 말 17억3000만원 정도에 거래됐지만 반 년 만에 실거래가가 20억원이 돼 2억7000만원 올랐다. 약 15.6% 상승했다.
강남구 개포동 소재 개포주공4단지는 전용 42㎡ 매물이 최근 13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7월 11억원대에서 반 년 만에 2억원(18.2%)가량 뛴 것이다. 이 물건은 추가 부담금 4억원을 내고 전용 84㎡ 아파트를 받는 조건이다. 이렇게 되면 매수자는 총 17억2000만원을 내고 전용 84㎡ 물건을 사는 셈이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많이 오르긴 했지만 최근 강남 시세를 보면 크게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재건축 부담금 리스크도 없어 매물을 찾는 사람은 많은 반면 장기보유 조건을 맞추기 쉽지 않고, 집주인들이 더 오르길 기다리는 분위기라 거래가 많이 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과 비교했을 때 올해 1월 말 기준 서초구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은 4.32%였다. 반포주공1은 평균의 5배, 경남아파트는 3배 이상 오른 셈이다. 강남구 평균 상승률은 7.31%였으니 개포주공4도 평균보단 2배 이상 올랐다.
전문가들은 거래가 재개되자마자 가격이 폭등하는 것은 예고된 수순이었다고 지적한다. 재건축이 집값 상승의 주범이라 낙인찍고 거래를 금지했다가 반발이 거세자 일부에 한해 거래를 풀어준 것이 되레 집값을 더 급격하게 끌어올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자연스럽게 거래가 이뤄졌다면 지금처럼 급격하게 가격이 오르진 않았을 텐데 정부 정책이 거래를 막고 결과적으로 가격 불안정성을 키웠다"며 "지금 같은 정책기조라면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 급락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