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건설 매각 무산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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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인수·합병(M&A)팀 관계자는 "지난 3개월간의 인수 기간에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과 특혜설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문제들을 접하면서 심각한 고민을 했다"며 "결국 무리한 인수는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써밋' 주택 브랜드와 해외사업 포트폴리오를 발판으로 업계 3위 건설사로 도약하려고 했던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꿈은 좌절됐다.
호반건설에 따르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포기를 산업은행에 통보했기 때문에 사실상 호반은 이번 인수 건에서 손을 뗐다. 아직 채권단과 양해각서나 주식매매계약서를 체결하기 전이라 인수를 포기해도 법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대우건설은 지난 7일 실적발표를 하면서 올해 초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발생한 3000억원의 잠재손실을 작년 4분기 실적에 반영하는 빅배스(big bath·대규모 손실처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7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해 영업이익도 4373억원으로 축소됐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2조91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성장한 반면 1432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당기순손실도 1474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지난해 3분기 누적 855억원에 불과했던 해외 사업장에서의 손실 규모는 연말 4225억원까지 급증하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해외현장의 손실이 모로코 한 곳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우건설은 현재 카타르, 오만, 인도, 나이지리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지에서 해외사업을 진행 중이다. 실제 대우건설의 모로코 사피 발전소는 지난해 3분기에도 23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빅배스에 따른 대우건설 딜 무산에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매각 측인 산업은행이 위험요인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M&A 시장 상도의에 어긋났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M&A는 인수자에게는 사운을 건 투자"라며 "인수자가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기업가치 산정이 불가능하다면 그 누가 M&A를 하려 들겠냐"고 말했다.
특히 대우건설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부실건에 대해 몰랐다는 데 대해 냉소적인 반응이다.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산업은행이 무능을 드러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이번 빅배스 발생이 최근에 일어난 부실 문제이기 때문에 사전에 인지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산업은행 측은 문제가 된 급수 가열기 부실 문제가 지난 주말인 2일 발생한 사건으로 미리 알 수도 없었을뿐더러, 숨길 수 있는 규모의 사안도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시운전 과정에서 9개 중 1개 히터의 이상이 발견됐고 두 번째 히터까지 이상이 발견된 시점이 2월 초이고 그 즉시 예상손실을 산출하고 2월 7일 공시할 실적보고서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회계법인에서 연말 감사보고서에 해당내용을 포함시키기로 했고 7일 공시 이전에 미공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법위반이기 때문에 공시 이후 전달하게 된 것일 뿐이라는 해명이다.
대우건설 관계자 역시 "최근 수주산업 회계기준이 강화된 터라 올해 발생한 손실을 작년 4분기 재무제표에 선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초 1월 초 히터 1개에서 이상이 발견될 당시만 해도 손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2월에 두 번째 히터까지 문제가 발생하면서 손실을 털어내지 않을 수 없었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에도 거래 당사자 간 가장 중요한 '신뢰'라는 덕목이 무너진 것은 치명적인 대목이다. IB 관계자는 "빅배스를 이미 2016년 말에 끝냈다는 매각 측 설명이 단번에 신뢰를 잃었다"며 "대우건설 관련 우발채무가 어디서 추가로 나올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손실 발표의 충격파는 상상 이상"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일부에서는 호반건설이 이번 거래 무산의 피해자이자 수혜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호반이 이번 인수전에 홀로 뛰어들면서 기업 인지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며 "이를 통한 브랜드 홍보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매각 무산에 대해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다행이라는 반응과 혼란스러워 하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을 담당하는 정비사업 부서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최대주주가 됐다면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컸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
[용환진 기자 / 김강래 기자 / 박은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