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널뛰는 글로벌 증시 ◆
그동안 낙관론을 폈던 국내 증시 전문가들이 아연실색할 정도의 롤러코스터 장세였다. 앞서 다수의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코스피지수의 1차 지지선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주가수익비율(PER) 9배 수준인 2450선을 꼽았다. 하지만 이날 하루 새 56포인트 이상 떨어지면서 1차 지지선인 2400선이 순식간에 붕괴됐다. 이날 증시는 개인과 외국인·기관투자가 간 시각차를 극명히 드러냈다. 개인투자자는 6년 반 만에 최대 규모인 926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닥 순매수 금액을 합치면 1조1500억원을 넘는 돈을 하루 새 증시에 쏟아부은 것이다. 이번 미국발 글로벌 증시 조정이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보고 과감한 베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비해 기관투자가는 이날 코스피에서 74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는데 무려 4년 반 만에 최대 규모였다. 이 가운데 증권사들 순매도 규모가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이는 8일 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매수차익 잔액을 미리 청산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해석됐다.
이날 기관투자가들의 '투매'에는 삼성전자 액면분할, 셀트리온 코스피 이전 등으로 지수를 추종하는 기관의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와 셀트리온이 이날 폭락 장세를 주도한 것도 기관의 투자심리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외국인 역시 7거래일 연속 '팔자'로 대응했다.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지면서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이날 최근 1년래 최고치인 22.81로 치솟았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이용해 주식시장의 미래 변동성을 예측하는 지수다. 주가가 급락할 때 지수가 급등하기 때문에 '공포지수'로 불린다.
투자자들 관심은 이번 조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추가 변수는 무엇인지에 쏠린다. 전문가들은 일단 미국 채권금리 급등세 진정 여부가 단기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제지표는 좋지만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고, 채권금리가 오르면 증시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가 이번 조정의 원인"이라며 "당분간 미국 국채금리와 인플레이션 지표에 따라 시장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 센터장은 "다만 국채금리가 상반기 중 3%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채금리라는 장벽을 넘더라도 또 다른 변수가 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을 완화시키려면 미국 정부의 재정 여력이 중요하다"며 "2월 말 부채한도 상한에 대한 논의가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처음 진행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3월에 열린다"며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금융 규제 완화 등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3월에 열리는 FOMC까지는 글로벌 증시 불안감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연준이 긴축 속도를 완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면 증시는 다시 상승세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 증시보다 자칫 한국 증시 충격파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또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한반도 지정학적 위기가 다시 불거지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 증시가 5% 이상 하락한 뒤 회복하기까지 한두 달이 걸렸다"며 "미국은 PER가 20배에
[신헌철 기자 /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