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봉은사판전 문화재 추진…GBC 암초?

서울시가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의 불교경전 보관 건축물인 '판전'의 유형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봉은사는 현재 대각선에서 개발을 추진 중인 현대자동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일조권 침해 및 문화재 훼손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판전이 문화재로 지정되면 GBC 개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18일 박원순 서울시장 명의로 봉은사 판전에 대한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지정계획 및 보호구역 조정계획'을 공고하고 이달 17일까지 한 달간 문화재 지정계획을 공람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23일 열린 제9차 문화재위원회 사전심의에서 봉은사 판전 문화재 지정 안건을 가결 처리했다.
봉은사 판전은 1856년 창건된 목조 건축물로 화엄경 등 불교경전이 새겨진 목판이 보관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전심의에서 봉은사 측에 학술적 자료 보완을 요청한 상태"라며 "의견수렴 결과와 보완서가 마무리되는 대로 본심의를 열어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봉은사는 2016년 9월 2일 서울시가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 및 현대자동차부지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을 가결한 직후인 9월 5일 강남구청을 거쳐 서울시에 문화재 지정을 신청했다.
봉은사 내에는 선불당이란 서울시 지정 유형문화재(제64호)가 이미 있다. 유형문화재 인근에 건물 신·개축 시 국가 지정 문화재는 반경 100m, 시 지정 문화재는 반경 50m 이내일 경우 고도 제한 심의를 받도록 돼 있다. GBC 용지와 봉은사 간 거리는 약 500m로 이 같은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
다만 봉은사와 불교계는 법적인 규제와 상관없이 가까운 거리에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일조권이 크게 침해돼 문화재가 훼손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판전이 문화재로 지정되면 이 같은 봉은사 측 주장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서울시가 봉은사의 판전 문화재 지정 신청 1년5개월이 지난 현 상황에서 돌연 문화재 지정을 결정한 것도 시기상 묘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정부의 강남 집값 잡기에 적극 동참하기로 한 가운데 GBC 개발을 늦추기 위해 문화재 지정 카드를 현시점에서 꺼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 담당자는 "억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