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이상 외국인 대주주 양도세 강화 따져보니
현행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인 지분율 '25%'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도입됐다. 외국인 자본의 증시 유입을 위해 일종의 인센티브를 부여한 것으로 지난 20년간 변화가 없었다. 이에 비해 내국인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지분 1% 이상, 코스닥은 2% 이상 보유하면 양도소득세를 낸다. 정부는 지분율 기준은 유지하되 단계적으로 금액 기준을 대폭 낮춰 세수를 늘리기로 했다. 2021년이면 모든 시장에서 3억원 이상 보유하면 양도소득세를 내게 된다. 기재부는 이처럼 내국인 대주주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내외국인 간 조세 형평성을 높이고 세수 기반도 넓히기 위해 외국인 대주주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칫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실제 과세 대상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외국인은 지난 25일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체 시가총액의 36.9%, 코스닥시장에서도 13.4%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만큼 막강하다.
다만 종목별로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로 범위를 좁히면 유가증권시장 시총의 3.7%, 코스닥 시총의 3.3% 수준으로 줄어든다. 매일경제가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를 토대로 외부 기관의 도움을 얻어 국적과 보유 지분 등을 분석한 결과다. 여기에 양자 조세조약에 따라 한국이 과세할 수 없는 국가를 제외하면 범위는 더 줄어든다.
과세가 가능한 나라의 투자자가 지분 5% 이상인 사례만 모아 보유 시총 규모를 따져보니 유가증권시장은 12조1752억원, 코스닥시장은 3조6391억원이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하면 15조8143억원으로 전체 시총의 0.8%에 해당한다. 개별 국가 중에는 싱가포르의 보유 규모가 압도적으로 컸고, 그다음이 조세회피처였다. 이들이 보유한 물량이 제도 시행 전에 모두 빠져나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견디지 못할 정도의 충격파는 아니다.
뒤집어 말하면 정부의 세수 증대 효과도 크지 않다. 세율(매각 금액의 11% 기준)을 감안하면 잠재적 세수는 최대 1조7396억원에 그친다. 해당 자금 중 상당액은 한국 시장에 잔류할 수 있고 순차적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연간 세수 증대 효과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 '셀 코리아' 우려는 다소 과장된 것이지만, 정책 목표인 세수 증대 효과도 크지 않다는 얘기다.
일반투자자에게는 거래세만 물리고, 대주주에 대해선 양도소득세까지 이중 부과하는 과세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지적도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주주 중심으로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대주주 범위를 기준으로 한 국내 조세 체계는 국제적 정합성이 떨어지고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대주주에 대한 주식 양도소득세 적용 기준이 5%로 낮아진다는 소식에 외국인의 매매 주문을 받아야 하는 증권사 영업팀(브로커리지)에는 비상이 걸렸다. 중개를 맡은 증권사는 '을'이다. '갑'인 외국인 고객 지분율이 얼마나 되는지, 매매차익이 얼마인지 현재 시스템으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항변이다. 따라서 증권사들이 일괄적으로 매각 대금의 11%를 원천징수하고 나중에 환급 신청을 하도록 업무를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현실적으로 매각차익을 정확하게 알기 어렵기 때문에 증권사로서는 무조건 11% 원천징수를 할 수밖에 없다"며 "(과세 대상인) 외국인 투자자로서는 거래할 때마다 눈 뜨고 그만큼 손실을 본 뒤 추후 환급하는 절차를 거쳐야 해 거래 유인이 급속히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현재 외국인 투자자 등록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시스템은 전체 외국인 투자 비중을 체크할 수 있을 뿐 개별 외국인이 얼마나 많은 주식을 어느 가격에 샀는지 파악할 수 없다.
한 외국계 증권사 결제업무 담당자는 "외국인 투자자는 투자등록증(IRC)상 고유번호를 받고 투자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실소유주가 누군지, 특수관계인이 누군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5% 보유 여부를 판단할 때는 특수관계인도 포함해 계산해야 한다. 결국 투자자 스스로 5% 지분 보유 공시를 하기 전까지는 증권사에서 해당 투자자가 5% 이상 대주주인지를 식별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과세 대상 금액을 산정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난해하다. 각각의 과세 대상자가 주식을 취득한 원가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부 내에서도 시행 과정이 순조롭지 못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시행령 확정 이전에 이미 기재부에 업계 의견을 전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자의 특수관계인까지 파악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비용을 절감하려는 증권사가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업계 의견을 반영해 금융투자협회는 아예 이번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합리적인 증권사 개선 의견이 있으면 반영할 수 있다"면서도 "비과세 대상이라는 명확한 사전 근거가 제출되지 않으면 원천징수하는 게 세법상 원칙"이라고 선을 그었다.
외국인 투자심리에 미치는 악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도 쟁점이다. 외국계 증권사는 이번 조치가 과세 실익은 작고 투자심리에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교각살우'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MSCI는 지난 19일 "한국 증시에 잠재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4일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가 "FTSE지수를 추종하는 운용사의 염려가 많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를 대변하는 목소리인 셈이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증권사의 비판 강도는 더욱 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외국인 투자자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데 정부가 과세를 강화한 배경을 궁금해한다"며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금융허브는 규제 완화에 힘쓰는데 한국만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번 세법 시행령 개정을 계기로 '규제 이미지'가 강해질 것이란 우려다.
이에 비해 국내 증권사는 대체로 시장 우려와 달리 최악의 사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과세 대상이 제한적인 데다 최근 국내 증시가 활황을 맞으면서 외국인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재부 정책이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문제지만 과세 방법에 대한 기술적 문제만 해결된다면 실질적으로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해
[신헌철 기자 / 한우람 기자 / 진영태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