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자로 떼돈을 손에 쥔 젊은 부자들이 빌딩 매수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등장했다. 리스크가 큰 투자로 단기간에 번 자산을 안정적 수익이 창출되는 자산으로 옮겨 '지키기'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보여진다.
26일 10년 경력의 중견 빌딩중개인 A씨는 "며칠전 2명의 20~30대가 찾아와 강남 빌딩 매수문의를 했다"며 "가상화폐로 큰 돈을 번 사람들이 찾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중개업체에 찾아온 투자자는 가상화폐 거래로 40억원을 번 B씨와 가상화폐 중개로 100억원대 자산을 모은 C씨다. 특히 B씨는 23세에 불과했다. 기성세대가 가상화폐에 대해 반신반의하며 선뜻 뛰어들지 못할 때 먼저 시장에 진입해 큰 돈을 거머쥐었다.
강남 빌딩 시장은 대체로 20억원 이상의 거래금액이 오가는 곳이다. 빌딩 매수의향자가 나타나면 중개인은 일단 그 사람이 실제로 그만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한다. A씨는 "새파란 젊은이가 찾아와 40억원 짜리 빌딩을 알아봐달라고 하길래 어떻게 그만한 자금을 마련했냐고 물었더니 가상화폐 거래로 벌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B씨는 40억원을 현금으로 들고 있었다. 가상화폐 거래에 따른 매매차익은 전혀 과세가 되지 않기에 이익 전부가 고스란히 빌딩 매입 자금이 됐다.
몇 시간 뒤에는 가상화폐 중개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30대 임원 C씨가 찾아와 100억~150억원 짜리 강남 빌딩을 알아봐 달라고 했다. 이 회사는 블록체인 기술 등을 보유한 소프트웨어 업체다.
B씨와 C씨는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에 개입할 의사를 밝히자 그동안 거래와 중개로 번 돈을 이젠 '안전자산'으로 바꾸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줄곧 안정적으로 시세가 상승해온 강남 빌딩에 투자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전세계에는 1400여 종이 넘는 가상화폐가 거래된다. 가상화폐 글로벌 통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세계 가상화폐 시장규모는 5786억2623만 달러로 우리 돈으로는 615조원이 넘는다. 전세계 '흙수저'들이 일확천금을 노리며 뛰어들었고 일찌감치 시장에 들어갔던 일부 투자자들은 떼돈을 벌기도 했다.
보통 벼락부자들은 단기간 번 목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픈 욕구가 강한 편. 빌딩 투자는 안정적인 임대수익과 높은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어 벼락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재테크로 꼽힌다.
3년 전 인터넷 게임 업종이 떴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A씨는 "게임을 개발한 뒤 대형 포털 게임 플랫폼에 올려 큰 돈을 거머쥔 게임회사 창업자들이 2015년 당
업계 관계자는 "빌딩 매수자의 직업군을 살펴보면 최근 어떤 분야에서 큰 돈이 벌리는지 트렌드를 알 수 있다"며 "어느 분야에서든 단기간 큰 돈을 벌면 안전자산인 강남 빌딩을 사려고 돈 보따리를 싸들고 찾아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용환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