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청년 취업시장에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남들과 다른 이색 직업을 선택해 취업에 성공한 이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어렵다'는 금융권 취업에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것인데, 현장에서 뛰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명문대 졸업, 높은 학점, 토익, 제2외국어, 직무 관련 자격증, 공모전 입상경력, 인턴…'
00은행, □□증권, △△카드사 등 소위 메이저 금융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 필요한 스펙들이다. 금융권 취업은 높은 연봉과 안정성 등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 일종의 로망으로 여겨져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밤낮으로 스펙쌓기에 몰두하더라도 쉽사리 문턱을 넘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금융환경이 요동치면서 대형 금융회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금융에 틈새가 벌어졌다. 대신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권의 '이색 일자리'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회사의 업무 프로세스나 상품에 대해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틀에 박힌 업무 대신 신선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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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2P금융기업 렌딧 한경태 총괄 [사진제공 = 렌딧] |
그 역시 대학시절 보여주기식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대신 본능적으로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찾아갔더니 그 곳에 길이 있었다고 한다.
"어학점수나 자격증을 따는 등 취업준비는 전혀 하지 않았다. 탈락의 경험 역시 한 번도 없다. 단지 금융상품이 어떻게 굴러갈까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다."
취업준비 대신 한 총괄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학창시절 정량적 스펙쌓기에 매몰되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서다.
"정말로 마이웨이였다. 법학도로서 노무사 준비를 했었는데 나와는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과감히 때려쳤다. 대신 경영학과 수업을 골라들으면서 금융과 회계에 대한 흥미를 키웠다. 또 금융상품에 대해서 잘 배울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보험사에서 일하게 됐다."
그는 사회생활의 첫발을 현대라이프에서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조금 꺼릴 수 있는 보험설계였지만 한 총괄은 1년 3개월동안 현장을 학교삼아 누볐다.
"보험설계는 결국 금융상품을 소개하고 개인별 맞춤형 금융상품을 컨설팅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모든 케이스를 일종의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실적은 중간정도 했고 회사에서 압박을 받더라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설계사를 평생 직장으로 삼겠다는 생각보다는 금융상품에 대해서 공부해야겠다는 개인적인 방향성을 갖고 일했다."
설계사로서 금융상품에 대해서 어느정도 체험해봤을 무렵 한 총괄은 급작스럽게 패션기업 유니클로행을 택했다. 보험설계사를 하면서 고객서비스에 대해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첫 공채도전이었지만 한 번에 합격했다.
"유니클로는 옷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고객에 대한 관점이나 고객의 라이프사이클에 맞게 잘 풀어나가는 좋은 회사다. 또 영업관리직이었기 때문에 30명 가까이 되는 스텝을 관리했다. 특히 경영하는 능력들을 많이 배웠다."
고객서비스에 대해서 한발한발 배워갈 무렵 그에게도 시련이 닥쳤다. 서울에서 일하던 그가 울산에 있는 유니클로로 갑작스럽게 발령을 받은 것.
"울산에 있는 점포의 부점장이 되는 좋은 조건이었지만 당시에 여자친구도 있어서 고민했다. 고민을 하던중 아는 선배를 통해서 렌딧에 대한 이직 제안을 받았다. 마케팅 데이터를 정리하는 역할이 있는데 잘 맞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고민하다가 좋은 도전을 하다가 렌딧행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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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태 총괄이 렌딧의 서비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 렌딧] |
"솔직히 P2P대출이 뭔지도 몰랐다. 하지만 공부를 해보니 렌딧은 금융의 꽃인 대출이라는 서비스를 비대면화 한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었다. P2P금융 중 신용대출이 사실상 유일한 핀테크라고 생각한다.연봉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그가 입사했을 때 10명의 직원뿐이 없었던 작은 스타트업이었던 렌딧은 50명의 직원을 가진 회사로 성장했다. 자연스럽게 한 총괄은 30살의 젊은 나이에도 한 조직의 리더를 맡게 됐다.
"렌딧에 훌륭한 사람들이 많아서 장점을 흡수하기 위해서 이들을 끝없이 귀찮게 했다.법학도지만 데이터와 코딩구문 구조 등 프로그래밍 지식을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현재 팀장이 된 후에도 팀원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한 총괄은 후배들에게 경험을 많이 해볼 것을 권했다. 또 핀테크 스타트업의 장점으로 대기업보다 많은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남들의 시선에의해 네임밸류만 보고 본인의 잡을 선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약에 그게 찾기 어렵다고 하면 저처럼 과감하게 경험쪽으로 돌려서 많은 것을 해봤으면 좋겠다."
"렌딧 등 핀테크 회사를 희망한다면 본인이 이런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하기 보다 해당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 등에 대해서 강한 공감대와 확신이 있다면 지원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이렇게 도전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을 렌딧에 입사하고 나서야 알게됐다는 그는 또 하나의 렌딧을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
"현재 렌딧에서 해야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다른 일을 한다면 스타트업 경영을 해보고 싶다. 페이팔 창업멤버들이 창업 이후에 개개인들이 흩어져서 새로운 창업을 한다는 점에서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는데 나 역시 '렌딧 마피아'를 꿈꾼다."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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