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담대 규제로 '풍선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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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 직원은 "최근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이 늘었다"며 "개인사업자 등록증과 담보가 있으면 심사를 거치긴 해야 하지만 기업대출 심사로 분류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직원은 "A씨 사례처럼 개인사업자의 소액 대출은 차주가 실제로 돈을 어디에 쓸지 감시할 의무가 없어 개인 대출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 여파로 오히려 개인사업자 대출이 폭증했다. 이는 부실 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들 5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202조8215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180조6335억원보다 약 22조원(12.28%)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이 5.46%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6조2500억여 원,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5조원 늘어났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에선 각각 3조원, 2조7000억여 원이 증가했다. 한국은행의 '2017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 말 288조8000억원에 달했다. 은행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이 38조1000억원이었는데, 이 중 27조8000억원(73%)을 자영업자들이 밀어올린 셈이다. 이처럼 개인사업자 대출이 급증한 것은 부동산 임대업자 증가와 함께 가계대출 규제, 청년·은퇴자 창업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 중 약 40%가 부동산 임대업이다. '큰손' 임대업자들 대출 수요와 은행들의 적극적인 영업이 맞물린 현상이라는 것이다. 송재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 및 리스크 요인 점검' 보고서에서 "부동산이라는 확실한 담보물이 존재하고 업황도 양호하기 때문에 부동산 임대업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이 집중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8·2 부동산대책과 10·24 가계부채종합대책 등 가계대출 규제 정책에 따른 파급 효과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규제가 강화되고 실질적인 대출 한도액이 줄어들자, 담보를 가진 사업자 차주가 개인사업자 대출 이용을 늘린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막히자 자영업자들이 생활자금을 빌리기 위해 개인사업자 대출을 이용한 것"이라며 "한쪽 수요를 막으면 다른 쪽으로 수요가 몰리는 일종의 풍선효과"라고 설명했다.
청년 실업과 베이비부머 은퇴자 증가로 창업 시장이 활성화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문태성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팀 차장은 "지난해 신설법인이 8만개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정부도 '혁신창업'을 장려하고 있어 앞으로도 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최근 국내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가 지속돼 담보가치가 떨어지면 개인사업자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영세 자영업자들 특성상 빌려간 돈을 사업자금이 아닌 생활비 등으로 쓰는 경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