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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B투자증권 최대주주인 권성문 회장이 보유 지분 대부분을 2대 주주인 이병철 부회장에게 넘기면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권 회장 측은 이 부회장이 제3자와 합의된 다른 조건들을 동일하게 이행하지 않았다며 '계약 무효'로 맞대응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2일 개장 전 "권성문 회장이 지난해 12월 29일 보유 주식 1324만4956주(18.76%)를 이병철 부회장에게 매도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이 부회장이 권 회장 주식 1324만4956주를 주당 5000원씩 모두 662억2478만원에 사들이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권 회장의 지분율(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은 24.28%에서 5.52%로 줄어든다. 반대로 이 부회장 지분은 14.00%에서 32.76%로 늘어나 이 부회장이 1대 주주가 된다.
앞서 권 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이후 적극적으로 회사 주식을 장내 매수한 바 있다.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며 경영권 방어에 나선 것이다. 권 회장은 지난해 12월 6일부터 28일까지 10여 차례 주식을 사들이면서 이 부회장과 지분율 격차를 벌려왔다. 같은 달 6일 이전 20.22%였던 권 회장 지분율은 24.28%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하지만 좀처럼 이 부회장과의 경영권 갈등이 좁혀지지 않자, 권 회장은 제3자를 끌어들이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19일 권 회장은 보유 주식 중 일부를 제3자에게 매각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이 부회장에게 통보했다. 권 회장과 이 부회장 간에는 2016년 4월 체결한 주주 간 계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양측 중 누군가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상대방이 그 지분을 우선적으로 사들이거나(우선매수권) 지분을 같이 매각할 수 있도록(매도참여권) 한 게 계약 내용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권 회장이 팔기로 한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권 회장 측에 통지하고 이 내용을 주주공시로 알렸다. 이에 따라 경영권 분쟁도 마무리되는 듯했다.
권 회장 측은 그러나 "우선매수권 청구가 유효하지 않다"고 이 부회장에게 2일 통지했다. 이 부회장이 임직원 신분 보장, 위약벌 조항, 잔여 주식 추가 매각 조항 등 제3자와 합의된 내용들은 제외하고 주식 가격과 주식 수량만 맞춘 채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고 통지했다는 게 권 회장 주장이다.
권 회장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KTB투자증권은 30대 때 창업해 50대 중반이 될 때까지 내 손으로 일궈온 회사"라며 "경영권 분쟁으로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회사와 주주들까지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권 회장은 장내에서 지분 매수를 하면서 제3자 지분 매각을 동시에 추진한 것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 측이 우선매수권을 받아들일지 말지 몰랐기 때문에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지속적으로 지분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권 회장이 지난해 12월 6일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전날 종가 기준 3835원이던 KTB투자증권 주가는 다음날 4625원까지 뛰어오르고 거래량이 평소 대비 4배가량 폭증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서는 주가 급등과 거래량 급증과 관련해 이상 거래 여부를 검토했으나 시세조종 혐의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이에 대해 "권 회장 측이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며 주식을 매각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으로 오히려 주주들에게 피해만 끼치고 있다"며 권 회장 측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KTB투자증권의 경영권 분쟁은 2016년 7월 이 부회장이 회사에 합류한 이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은 인사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고, 이 부회장이 보유 지분을 늘리기 시작하며 갈등이 본격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권 회장은 지난해 8월 직원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데 이어
이런 가운데 권 회장 측이 지난해 12월 4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궁지에 몰린 권 회장 측이 이사회를 통해 이 부회장을 해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예경 기자 / 조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