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의 시작은 미국을 중심으로 사이버펑크(Cyper Punk) 운동이 벌어진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이버펑크족은 정부로부터 사생활 보호를 극도로 중요시했다. 금전 거래 내역 역시 보호돼야 할 사생활의 일부로 봤다. 이를 위해 고안한 개념이 암호학자 데이비드 차움의 '디지털 캐시'다. 비트골드, 비-머니, 해시캐시 등 암호화폐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당시 이 기술은 시장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동안 잊혔던 이 프로젝트들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다. 중앙정부나 제3의 거대 기관의 통제가 오히려 경제를 붕괴시키자 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안을 찾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거래를 신뢰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때 등장한 게 '나카모토 사토시(필명)'가 개발한 비트코인이다. 거래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거래정보를 분산해 공동 보관하는 블록체인 개념을 적용했다. 2011년 미국의 IT 개발자 제드 매케일럽이 온라인에서 공개적으로 비트코인을 구매할 수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만들면서 비트코인은 투자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2013년 불법 마약거래소가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삼으면서 뉴욕시는 이듬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한
첫 규제를 만들게 된다. 하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공론화를 이끌었고 더 큰 투자자와 개발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15년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의 힘이 보태지며 이더리움, 리플 등 새로운 암호화폐가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작년 말 암호화폐 시장은 550조원 규모로 커졌다.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