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51대 은행장 취임식에서 손태승 신임 행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우리은행]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취임과 동시에 대규모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쇄신을 통해 내분으로 추락한 우리은행 이미지를 개선하는 한편 사업 역량을 강화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시중은행 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이다. 우리은행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본점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손태승 행장의 대표이사 행장 선임 의안을 결의했다. 손 행장 임기는 2020년 12월 21일까지 3년이다.
이날 오후 3시에 열린 취임식에서 손 행장은 "조직 화합을 최우선 과제로, 건전한 소통 문화를 정착시키고 인사 혁신과 영업문화 혁신을 통해 직원과 고객 모두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또 3대 경영 방침으로 '소통과 화합이 이루어지는 조직' '혁신을 통해 신뢰받는 은행' '종합금융그룹 완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4대 경영 목표로는 △국내 부문의 균형 있는 내실 성장 △글로벌 부문의 질적 성장 △디지털 선도 은행 입지 강화 △고객과 상생하는 은행이 제시됐다.
손 행장은 "금융을 선도하는 수익성과 성장성, 혁신성뿐 아니라 금융의 사회적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합치면 견고한 성과 같다는 의미의 고사성어 '중심성성(衆心成成)'을 인용하며 "여러 사람이 한마음으로 일치단결하면 불가능한 일이 없다"며 "소통과 화합을 통해 열심히 일한 만큼 인정받는 은행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손 행장이 취임식 직후 밝힌 임원 인사는 '쇄신'과 '화합'에 방점이 찍혔다. 우리은행은 부문장 2명과 집행부행장 7명, 상무 8명 등 총 17명의 임원이 승진했다고 밝혔다. 부문장이 모두 바뀌고 집행부행장 9명 중 7명이 바뀌는 큰 폭의 물갈이가 이뤄진 셈이다. 먼저 3대 부문장 체제를 채울 자리에는 장안호 기업그룹장이 국내부문장으로, 조운행 기관그룹장이 영업지원부문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장안호 부문장은 기업금융 부문 전문가이고, 조운행 부문장은 전략·인사부문 경험이 풍부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연차보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과 능력 중심으로 부문장 승진 인사를 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부문장은 손태승 은행장이 당분간 겸임하는 체제를 유지한다. 외국 지점 매입 등 글로벌 부문에서 진행 중인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맡고 있는 김선규 여신지원그룹장과 박성일 준법감시인은 기존 보직을 그대로 맡았다. 나머지 집행부행장 7곳은 부행장으로 승진한 7명이 새로 채웠다.
이번에 승진한 부문장 2명과 부행장 7명의 출신 은행은 '상업은행'이 6명, '한일은행'이 3명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손태승 행장 본인이 한일은행 출신임에도 출신을 따지지 않고 능력 중심의 인사를 단행했다"며 "새로운 우리은행을 만들자는 적극적인 신호를 보낸 셈"이라고 해석했다. 역대 2번째로 여성 임원이 포함된 점도 특징이다. 이번에 승진해 WM그룹장을 맡게 된 정종숙 상무가 그 주인공이다. 정종숙 상무는 PB 매니저 등 영업을 워낙 잘하기로 행내에서 유명했던 인물로 능력 중심 인사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도 돋보였다. 우리은행은 외국인 대상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외환사업단을 외환그룹으로 격상시키고, 국내 최대 규모인 25개국 300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디지털화하기 위해 해외 IT·핀테크 사업을 전담하는 글로벌디지털추진팀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또 영업점의 예산과 평가를 담당하는 영업지원부와 프로모션을 담당하는 시너지추진부를 통합해 영업추진부를 만들어 마케팅 전략 수립과 영업점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대외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대외협력단 역시 소비자브랜드그룹으로 격상됐다. 국내외 자금세탁
방지 관련 감독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조직인 자금세탁방지부도 준법감시인 산하에 마련된다. 특히 경영혁신부를 신설해 혁신 태스크포스팀(TFT)에서 도출한 과제의 실행을 전담하고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추가적인 과제를 발굴·실행하도록 함으로써 지속적인 조직 쇄신도 꾀하기로 했다.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