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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주거복지 행복플랫폼 출범식 이 열린 성남 여수 임대주택 단지 팜가든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사진 가운데)과 박상우 LH 사장(오른쪽)이 단지 입주민과 대화를 하고 있다. 요즘 공공임대 아파트 단지는 일반 아파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성남 여수 LH 임대주택 단지 커뮤니티 시설엔 도서관과 어린이 놀이방(오른쪽 사진 위 아래)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사진 제공=LH] |
그러나 더 큰 의미가 있다. 이 아파트에는 입주민들 중 경력단절 여성과 노인들을 채용한 사회적 기업들이 만든 방과 후 교실과 작은 도서관 등이 들어서 있다. 단지 내에는 주민들이 1시간 단위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카셰어링' 서비스도 있다.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전국 임대단지에 450개까지 카셰어링을 늘리고 차량 관리를 입주민들에게 맡겨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소득층의 '주거'에만 신경썼던 시설에서 시설 고급화와 함께 '일자리까지 만들어 주는 주거'로 획기적 진화를 만든 것이다.
21일 LH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은 지난달 기준 104만호를 기록했다. 정부가 1972년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첫 임대 아파트를 공급한 지 45년 만에 '100만가구'를 넘어섰다. 최신식 시설과 일자리 연계 커뮤니티시설이 들어선 성남 여수 공공임대는 LH의 100만번째 공공임대가 지어진 곳이라 의미가 크다.
이날 박상우 사장을 비롯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조정식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등은 이곳을 찾았다. LH 임대 100만호 탄생을 축하하며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적 주택 100만호 추진 방향을 함께 공유하고 실천 의지를 다지는 '주거복지 행복플랫폼' 행사를 입주민들과 개최한 것이다.
김현미 장관은 이날 "사회적 기업이 택배를 전달하는 일자리를 입주민들과 나누고 어르신들이 텃밭을 가꿔 화분을 파는 작지만 삶에서 소중한 변화가 임대아파트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이제 임대아파트는 단순히 주거공간이 아니라 행복의 필요충분 조건이 모이는 '행복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양적 성장에 급급했던 임대아파트가 '질적 성장' 전환을 선언한 것은 의미가 크다.
1970년대 처음 나타난 공공임대주택은 1980년대 도시지역 집값이 크게 올라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계층이 늘어나자 본격적인 팽창을 시작했다. 1998년 김대중정부 때 도입한 국민임대, 노무현 정부 때의 10년 공공임대를 거치면서 급속히 팽창했다.
그러나 '이미지 개선'이라는 숙제는 항상 남아 있었다. 국민임대주택이 마감재 수준도 낮고 초소형 위주로 공급돼 질 낮은 주거공간의 대명사로 분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주변 환경이 나빠져 집값이 내려간다는 인식이 아직 강하다.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가 주민 반대로 무산된 경우도 심심치 않다. 한때 LH 브랜드 '휴먼시아'와 '거지'의 합성어를 일컫는 '휴거' 논란이 생겨난 것도 이런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확'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주거 복지 행복플랫폼' 행사가 열린 성남 여수 공공임대단지처럼 최신식 설계를 비롯해 첨단 부대시설과 일자리까지 갖춘 보금자리로 변신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최소 주거면적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집도 넓어지는 추세다. 신혼부부용 임대의 경우 기존 전용면적 20~30㎡대 '원룸' 구조에서 40㎡대 '투룸' 구조로 바뀌고 있다. 설계도 진화했다. LH 표준 설계상 전용면적 84㎡만 돼도 판상형 '4베이(방 셋에 거실 전면 배치)' 구조가 기본이다. 4베이는 채광·통풍이 유리해 일반 아파트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다. 파주운정 A4블록 등에서 이런 설계를 적용한 아파트가 이미 수요자들에게 선보였다. 또 화성 동탄2신도시에 공급할 예정인 임대주택의 경우 땅 높낮이에 따라 아파트 층수를 제각각으로 구성했다.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스마트홈' 기술도 적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LH가 공급한 '부천 옥길 센트럴힐'은 조명·냉난방을 스마트폰이나 음성인식 기기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출입 시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거나 에너지 사용량을 원격 검침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안산 보네르빌리지엔 가구형 음식물 스마트 리사이클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LH 임대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디지털 도서관도 문을 열었다. 전자책·VOD 등 1만6748종의 콘텐츠를 보유 중이다.
LH는 최근 공공임대 아파트를 수요자 생애주기에 맞춰 공급하는 개념도 도입했다. 사회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는 주거·창업공간·창업지원시설·판매시설이 모두 갖춰진 창업지원주택을, 신혼부부에게는 어린이집과 방과 후 돌봄·공동육아 등이 가능한 육아지원 주택을 공급한다. 중·장년층에는 도시농업이 가능한 아파트팜을, 노년층에게는 의료·스마트 헬스케어 등이 갖춰진 의료서비스 지원주택이 모델이다.
입주자의 소득, 생애주기 등에 따라 동일한 지역이나 단지에서 주거를 옮기는 '통합형 공공주택'도 새로운 모델로 개발 중이다. 청년기에는 소형주택에 살다가 가족을 꾸리면 중대형으로 옮기고, 자녀가 분가하면 다시 소형주택으로 이사하는 주거이동이 원활한 형태를 뜻한다.
이날 박상우 사장, 김현미 장관과 함께
[이지용 기자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