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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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대표(사진)는 14일 매일경제와 만나 "투기 현상과 이에 대한 규제는 제도권 도입을 위한 성장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15일 빗썸 코빗 코인원 등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10여 곳이 참여하는 자율규제안을 발표한다. 그는 "투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개별 거래소들의 대응책도 성명을 통해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긴급대책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각 부처 간 단기적이고 강경한 정책들이 나오면 한국 암호화폐 시장이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있었다"며 "예상과 달리 정부는 '우선 지켜보자'는 의미의 예상보다 합리적인 규제안을 내놨다"고 말했다. 협회준비위원회는 예치금 별도 보관 등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한 세부 조항, 불법행위 거래소 퇴출 등 자정안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다만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암호화폐 정책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부가 단순히 암호화폐의 투기 세력만 볼 것이 아니라 산업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가 아닌 가상화폐로 부르는 것부터 잘못된 시작점이란 지적이다. 김 대표는 "가상화폐는 게임머니, 비행사 항공 마일리지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라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화폐를 다룰 땐 오해가 없도록 암호화폐로 칭하는 게 옳다"고 설명했다.
산업적 이해를 위해 방향성을 가진 규제보다는 시장의 건강한 형성을 위한 포괄적 규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시카고선물거래소 등 시장 시스템을 통해 암호화폐를 다루지만 한국은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면서 "물론 단기적으로는 직접적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안에서 비이성적 투기를 정상화하는 게 한 사회가 가지는 역량의 척도"라고 힘줘 말했다. 정부 주도 대책만 집중되면 시장의 과도한 위축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최근 은행권이 가상계좌에 대한 투자나 블록체인에 대한 투자까지 꺼리는 모습을 보면 무척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위축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암호화폐 리플의 기술을 이용한 국내 은행들의 해외송금 기술 개발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일시적 몸 사리기는 있을 수 있지만 은행권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암호화폐는 투기와 투자 그 사이 중간에 가격이 형성된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현재 암호화폐 가격 급등을 단순히 투기로만 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투기와 산업 기반 확대는 사실 종이 한 장 차이라서 암호화폐 가격 상승이 블록체인 미래 사회가 빠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2000년대 정보기술(IT) 버블이 있었지만 현재 IT가 명실상부 중심 산업으로 자리 잡은 건 사실"이라면서 "버블이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의 노력을 게을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과열로 인한 병폐가 발생해서는 안 되는 만큼 자정을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기가 아니라면 암호화폐의 미래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암호화폐가 통상 알려진 것처럼 일반 소비화폐를 대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쉽게 말해 편의점에서 현금 대신 비트코인으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등의 일은 없다는 설명이다. 대신 암호화폐는 각 산업 현장에 맞는 마이크로 화폐로 기능할 것이라고 봤다. 예를 들어 월간 수원 단위의 적은 전기와 1바이트 미만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사물인터넷(IoT) 기기 간 요금을 결제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인터넷 소액결제에서도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기존엔 수수료 문제로 900~1000원 단위가 최소였지만 암호화폐를 통하면 10원 미만으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이 경우 웹툰, 언론 등 광고만이 주 수입이었던 콘텐츠 공급자들이 웹페이지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물론 현재 통용되는 암호화폐가 미래 사회에도 통용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김 대표는 "새로운 암호화폐들은 계속 나오고 어떤 화폐가 어느 사업에서 쓰이게 될지는 아직 단언하기 이른 단계"라고 설명했다. 다만 비트코인과 같은 주요 암호화폐는 거래 참여자가 많은 만큼 암호화폐 시스템상 일종의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트코인을 갖고 음악을 들을 땐 A코인으로, 뉴스를 볼 땐 B코인으로 전환해 구매하는 식이다. 그는 "이제부터는 암호화폐 간 상호 전환시키는 기술이 핀테크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