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구 빌딩매매 208건 전수조사
6일 매일경제가 빌딩 전문 중개업체 '빌사남'에 의뢰해 올해 1월부터 12월 초까지 강남구에서 매매가 이뤄진 208개의 빌딩을 전수조사한 결과, 거래된 빌딩 전체의 44%를 30·40대가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보다 빌딩 매수층이 젊어진 셈이다. 고차원 빌사남 팀장은 "갈수록 빌딩을 사려고 찾아오는 고객 연령대가 낮아지는 것을 확연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208건 중 40대가 매입한 사례가 56건(2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와 50대가 각각 17%로 뒤를 이었고, 60대 6%, 70대 이상 3%, 20대 2% 순이었다.
연령대에 따라 투자 지역이 조금씩 달랐다. 30대는 먹자골목이 위치한 역삼동과 논현동에 집중 투자했다. 40대는 강남역 상권, 가로수길, 압구정 로데오거리, 청담동에 투자했고 50대는 강남역·역삼역·선릉역·선정릉역 같은 오피스 부근 상권에 관심이 많았다.
금액별로는 10억~50억원 수준의 꼬마빌딩이 114건으로 전체 빌딩 중 55%에 달했다. 최근 빌딩주 연령대가 낮아진 것은 이 같은 꼬마빌딩 매매가 활성화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올해 강남구에서 거래한 빌딩 매매금액은 총 2조1000억원이다. 대출은 총 9752억원으로 평균 대출 비율은 46%로 집계됐다. 고 팀장은 "강남 빌딩이라고 해서 다 비싸기만 한 건 아니다"며 "빌딩 가격의 절반을 대출받아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30·40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상속이나 증여로 빌딩 투자자금을 모은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있는 한 빌딩은 60억원에 가까운 금액에 팔렸는데, 이 건물을 산 사람도 40대다. 부모의 별세로 유산을 상속받자 빌딩 매입 의사를 타진했는데 거래가 성사됐다. 강남대로변에 위치한 한 꼬마빌딩도 최근 1950년대생 부부와 그들의 1980년대생 자녀 둘, 총 4명이 공동 명의로 산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강남 빌딩을 매수하려는 20·30대 고객이 많이 늘긴 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부모와 함께 매입한다"고 설명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상속받은 재산이 현금으로 10억원이 넘는 사람들은 일단 꼬마빌딩을 찾는다"며 "입지 좋은 곳에 사두면 임차인을 구해 수익을 올릴 수 있고 미래에 가치도 상승한다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예인들의 빌딩 투자 '붐'도 빌딩 구매자 연령대를 낮추는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20·30대에 자수성가해 수십억 원에 달하는 빌딩을 매입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라면 가능하다. 최근 가수 한승연 씨(29)가 강남구 논현동 빌딩을 37억원에 매입했고, 걸그룹 출신 배우 배수지 씨(23) 역시 지난해 강남구 삼성동 빌딩을 37억원에 구매했다. 젊은 연예인들 사이에서 빌딩 투자가 재테크의 기본처럼 굳어진 상황이다.
빌딩은 주택과 달리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지 않아도 된다. 주택의 경우 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지만 빌딩은 그동안 이렇다 할 규제가 없었다. 강화된 주택 규제가 최근 젊은 층이 빌딩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일종의 '풍선 효과'인 셈이다.
빌딩 매매가 이뤄진 208건 중 37건(17.8%)은 매수자의 주소가 서울 외 지역이었다. 경기도가 22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부산(4건), 대전·세종(각각 2건)뿐 아니라 제주도도 1건 있었다. 올해 강남구에서 거래된 최고가 빌딩은 농협은행이 약 21
강남구 꼬마빌딩은 매물 부족이 심한 반면 대기 수요가 풍부하다.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대부분 곧바로 계약이 체결된다. 매물이 나온 당일 몇 시간 뒤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박인혜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