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체험할 '게임존'을 설치하라.'
최근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4차 산업혁명의 파도를 경험해보도록 내린 특명이다. 기술 변화를 체험하면서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라는 의도에서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서울 중구 본점 15층 직원 휴식 공간에 VR와 AR 기술을 적용한 게임존을 설치했다.
게임존에는 마니아층이 즐기는 콘솔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2대와 AR용 카메라, 머리에 쓸 수 있는 VR 전용 기기까지 풀세트를 설치해 놓았다. 또한 드론을 조종하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구동을 위한 드론 전용 조종기도 마련했다. 올해 초 인기몰이를 한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Go)'로 유명해진 AR, VR, 드론 모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는 유망한 아이템으로 꼽힌다.
6일 신한은행 관계자는 "평소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는 위성호 행장이 지시를 내렸고 그 결과 국내 은행 최초로 본점 건물 내 게임 공간이 탄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곳에는 위 행장의 지시로 다트게임을 할 수 있는 전자 다트기기 2대가 설치됐다.
신한은행의 실험은 본점 20층 임직원 식당에서도 이뤄졌다. 이달 초 공사를 끝낸 식당은 기존에 임원 전용으로 운영되던 공간을 없애 위 행장과 부행장 등 임원이 직원과 함께 식사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임원 식당이 있던 공간에는 사전에 예약하면 쓸 수 있는 여러 개의 미팅룸을 만들어 식사나 다과를 즐기면서 회의를 하는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게 했다. 최근 늘어난 '혼밥족'을 위한 창가 자리도 만들었다.
상명하복 문화가 강하다고 알려진 은행의 조직 문화를 유연하게 바꾸려는 시도라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핀테크 도입으로 은행 업무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상황에서 기존의 딱딱한 문화를 그대로 유지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문제의식이 이 같은 파격을 이어가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하
내부 문화를 바꾸는 것과 더불어 실제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가를 키우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신한은행은 내부 직원 5명을 선발해 미국 실리콘밸리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찾아가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현지 네트워크를 만드는 '실리콘밸리 원정대'를 꾸렸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