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능후 복지부 장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속도조절 언급
국민연금은 그간 연기금의 공공성 제고 차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과 사회책임투자 도입을 논의해왔으나 기업들은 경영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지침이다. 사회책임투자는 투자 자산의 선택과 운용에 있어 기업의 재무적 지표에 국한하지 않고 기업의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투자 방식이다. 연기금이 단순히 수익률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성 향상을 촉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재계는 수백 개의 국내 기업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주주 의결권을 강화하면 정부가 지나치게 기업들의 경영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며 걱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275개 국내 기업에서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70곳이 넘는다.
박 장관은 이날 이를 의식하듯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투명한 관리기구를 만들고 원칙을 만드는 게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는 대상과 범위는 아주 제한적으로 할 계획"이라며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가면서 천천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기금운용위에서는 '사회책임투자전문위원회 설치 방향'과 고려대 산학협력단이 발표한 '책임투자·스튜어드십 코드 연구용역 관련 중간보고' 등이 논의됐다. 사회책임투자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사회 책임 투자와 관련해 보좌기구 역할을 맡는 전문가 집단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 기업들에 대해 투자 제한·변경 등 의견을 기금운용위에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회 책임 투자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기금운용위가 논의한 '중점 관리 기업 명단(focus list)'에 관해서도 박 장관은 "정말 먼 뒷날의 이야기"라며 "연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시키는 데는 상당히 시간이 필요한데, (중점 관리 기업 명단은) 그 이후 단계적으로 아주 조금씩 늘려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회책임투자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금운용위 산하 자문기구인 실무평가위원회 위원들조차 사회책임투자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국민연금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실무평가위 위원은 최근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기업들의 ESG 요소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주관적일 수 있어 오히려 정부의 입김에 더
[연규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