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초대형IB 시대 / 자산관리에서 IB 해법 찾는 C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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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런던이 금융허브로서의 지위를 반납해야 할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IB들이 런던의 유럽본부 기능을 축소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아일랜드 더블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스 파리 등 유럽 주요 도시로 뿔뿔이 흩어질 태세다.
그럼에도 현지에서 만난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은 차분한 모습이었다. 냉정함을 잃지 않고 상황에 유연히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 덕분이다. 지난 100여 년간 이어진 오랜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나름대로의 생존 전략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내로라하는 글로벌 IB가 모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됐을 때도 그랬다. 당시 주요 IB는 '위험 없이는 수익도 없다'며 무리한 자기자본 매매에 나섰다가 큰 실패를 맛봤다. 하지만 곧바로 '고객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초심의 자세로 돌아가 고도의 투자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자기자본을 활용한 투자 비중은 줄이고 대신 웰스매니지먼트(자산관리·WM) 부문을 키우며 본래의 투자은행 업무에 집중하는 대대적인 수익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그 결과 금융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음에도 꾸준한 현금 흐름을 확보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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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CS는 지난 수년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APAC)시장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별도의 아·태 사업부를 만들고 인원도 대폭 충원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가 이 지역에서 창출되고 있다는 나름대로의 확신 때문이다. 비카스 세스 CS 글로벌 투자은행 및 이머징마켓 대표는 최근 런던 커네리워프 현지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세계의 부가 아시아로 집중된다는 건 결국 가장 많은 창업가들이 아시아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며 "아시아는 가족경영 형태 기업 비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후세를 위한 유산 상속에서부터 기존의 투자를 현금화하기 위한 다양한 해법까지 전방위적인 서비스를 요구하는 고객의 니즈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태 지역은 CS의 성장을 위한 전략적 중심지로 자산관리와 IB를 결합한 사업 모델이 가장 큰 결실을 맺고 있는 지역이다. 실제 아·태 지역에서 자산관리와 IB 간 협업을 통해 거둔 연계 이익은 올 3분기까지 5억8100만스위스프랑(약 6540억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3% 급증했다. 이미 지난해 전체 WM과 IB 간 협업을 통해 거둔 연계 이익 5억300만스위스프랑(약 5660억원)을 웃돈 수치로 두 부문 간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게 CS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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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의 새 금융 중심지 커네리워프는 브렉시트 결정에도 여전히 활기찬 모습이다. [매경DB] |
CS와 더불어 글로벌 자산관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다른 스위스계 IB UBS도 아·태 지역의 성장성에 주목해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캐스린 시 UBS 아·태 지역 대표는 "아시아 지역 부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로 최근 6~7년간 이들에게 다양한 특화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회사 전체를 놓고 봐도 수익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인력 채용 등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IB 전문가들은 초대형 IB를 준비 중인 국내 증권사들도 자산관리
[런던 = 강두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