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초대형IB 시대 / ② 금융 한상으로 IB 업그레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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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부터 2015년까지 CICC가 해외에서 상장업무를 주관한 회사들의 자본총액은 무려 1167억달러, 한화로는 130조65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한국 상장기업 규모가 약 10조원 전후로 추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CICC가 해외에서 주관한 IPO가 한국 증시 13년치에 해당하는 셈이다. 기업 인수·합병(M&A) 분야 활약도 눈부시다. CICC가 1997년 이후 주관한 중국 내 M&A 딜의 총규모는 498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557조원이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UBS 등 쟁쟁한 글로벌 IB들을 제치고 리그 테이블에서 확고부동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CICC의 성장 저력은 어디에 있을까. CICC 싱가포르법인 최고경영자(CEO) 스테픈 응(Stephen Ng) 씨는 "전 세계에 퍼진 화교 네트워크와 중국계 자본을 적절히 결합해 이룩한 성과"라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화교의 숫자는 3000만명 정도로 각국의 정치·경제·금융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태국 최대 유통그룹인 CP그룹, 세계적 호텔 체인 샹그릴라의 모기업인 홍콩 케리(嘉里) 등이 그런 예다. CICC의 위력은 미국 2위 창고업체인 GLP(Global Logistic Properties)사 M&A 건에서도 발휘됐다. 최대주주인 GIC는 차익을 시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GLP의 37% 지분을 모두 매각하려 시도했지만, 매각금액이 무려 10조원을 넘어서면서 적정한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중국 최대 사모펀드 호푸(HOPU) 투자관리공사가 관심을 보였지만 문제는 GLP의 자산이 동남아, 북미, 브라질 등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점이었다. 금융기업인 호푸가 혼자서 관리하기에는 경영 노하우와 인적 역량이 미흡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때 묘안을 짜낸 곳이 인수 주관을 맡은 CICC 싱가포르 법인이었다. CICC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완커(Vanke)를 끌어들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광활한 중국 22개 성에 걸쳐 부동산 개발업을 진행하고 있는 완커라면 GLP 자산과 해외 지점 관리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으리라는 발상이었다. 재무적 투자자(FI)와 전략적 투자자(SI)가 절묘하게 결합된 '차이나 컨소시엄'은 매각 측에 매력적인 교섭상대로 떠올랐다. 올해 7월 양측은 160억싱가포르달러(약 13조1600억원)에 지분 및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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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픈 응 CICC 싱가포르법인 최고경영자 |
말레이시아 최대 IB인 CIMB 는 과감한 M&A로 덩치를 불려 지역 내 패자로 거듭난 경우다. 과거 말레이시아 일개 증권사에 불과했던 CIMB는 2005년부터 연평균 1개 이상의 금융회사를 인수하면서 올해까지 자본금은 10배 이상, 자산규모는 26배 이상 불어났다. 특히 지난 2012년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아시아 증권사업부를 인수한 건은 CIMB 성장에 중요한 '변곡점'으로 꼽힌다. RBS의 선진 금융기법과 우수한 인력풀을 단번에 품으며 CIMB가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국제M&A는 통상 사진만 보고 하는 국제결혼보다 어렵다는 평을 듣는다. 인수 주체와 인수 대상 간의 문화·관습·사고방식 등이 철저하게 달라 조직 융합에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CIMB처럼 잇따라 열 개가 넘는 M&A를 성공으로 이끈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 CIMB M&A 담당 이사인 나치아판 아루나찰람 씨는 "CIMB 직원들이 다양한 민족·국가 출신이라는 점이 인수한 기업의 문화를 단기간에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인도계 직원을 통해 인도계 상인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화교 기업을 인수한
[싱가포르 = 유태양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