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M / 종합금융그룹 노리는 DG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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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오는 8일 이사회에서 하이투자증권 인수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DGB금융지주와 현대중공업그룹은 이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하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로 했다.
인수가격은 현대미포조선의 하이투자증권 장부가 4500억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또 하이투자증권 자회사인 하이자산운용(92.42%)과 현대선물(65.22%)도 인수 대상에 포함된다.
DGB금융지주와 현대중공업그룹이 막판까지 협상을 벌인 조건은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처리 문제였다. DGB금융지주는 이미 자산운용사가 있기 때문에 하이자산운용까지 인수할 이유가 크지 않다. 그래서 거래 당사자들이 합의를 본 사항이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매각 카드다. DGB금융지주가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 뒤 자회사를 매각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는 얘기다.
IB업계 관계자는 "하이투자증권 딜의 포인트 중 하나는 자회사 매각 가능 조건"이라며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 이후에 하이자산운용과 현대선물을 팔 수도 있다"고 전했다.
DGB금융지주는 대구은행에 집중된 지주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금융투자업에 진출하고자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결정했다. DGB는 은행지주사 중 유일하게 증권사를 보유하지 않았다. 2015년 DGB금융은 올해까지 비은행업 비중을 25%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SK증권 인수를 검토하고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 인수전에도 참여하는 등 금융투자업 진출 의지를 보여왔다.
IB업계 관계자는 "DGB는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려는 전략을 세웠는데, 하이투자증권 인수는 이 같은 계획의 일부분"이라며 "향후 자본시장에서 DGB 등 지방은행 계열 금융지주사들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매각으로 '지배구조 개편 과제 해결'과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그룹은 금융계열사를 모두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통해 하이투자증권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상에서 현대미포조선은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2%를 소유하고 있었다.
또 하이투자증권이 보유하고 있던 하이자산운용과 현대선물도 처분해야 했다. 그래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7월 EY한영 회계법인을 통해 시장에 티저레터(투자제안서)를 발송하며 하이투자증권 매각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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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황이 살아나고 지배구조 개편 작업 중 지분 매각 차익도 확보하면서 현대미포조선 주가는 연초 대비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증권사 목표주가 평균치 역시 6개월 전 10만8500원에서 현재 13만3889원까지 상향됐다.
금융계열사 지배금지 규제를 사실상 해결하게 된 현대중공업그룹은 이제 순환출자 구조와 증손회사의 국내 계열사 주식 소유 제한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순환출자의 경우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 4.8%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인데,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가 현대중공업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를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약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데, 현대로보틱스 자금력을 감안하면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019년 4월 말까지 해결해야 하는 증손회사의 국내 계열사 주식 소유 제한 규정이다.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
[정승환 기자 /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