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문을 연 경기 의왕시 민간임대 아파트 `제일풍경채 에코&블루` 견본주택에 첫날에만 1만명이 몰렸다. [사진 제공 = 제일건설] |
정부가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후속으로 준비 중인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 시점이 당초 예고보다 늦어지면서 주택시장 참여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8·2 대책의 영향으로 내년 4월 1일 전까지 집을 팔거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거나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는 없는데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주거복지 로드맵은 8·2 대책을 발표할 때부터 예견됐던 이벤트다. 당시 정부는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제공할 인센티브를 9월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내놓겠다고 밝혔다. 즉시 발표하지 않은 것은 인센티브 중 가장 큰 관심사인 건강보험료 부담 경감과 기금 대출을 결정하기 위해 관계부처 간 협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 연간 17만가구의 공적임대주택 세부계획과 신혼희망타운 공급 대상, 유형, 시범사업 입지 등도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9월 중 공개할 방침이었다. 2주 후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도 이 같은 입장이 한 차례 더 확인됐다.
하지만 9월 들어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대외변수가 불거지자 정부는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주거복지 로드맵을 10월로 미뤘다. 이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12일 열린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10월 말이나 11월 초 정도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4일 발표된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포함된 '주요 후속조치 발표계획'을 살펴보면 주거복지 로드맵의 발표 시점은 '11월 중'이 아니고 '연내'로 기재돼 있다. 김현미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11월 중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문서에 '연내'라고 쓰인 만큼 더 연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거복지 로드맵에 담길 임대사업자 등록 인센티브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집 매각을 고려하게 된다. 8·2 대책 발표 시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폭탄을 피할 수 있게끔 충분한 유예기간을 준다는 취지에서 내년 4월 1일 이후 매도분부터 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주거복지 로드맵의 발표가 연말까지 늦춰진다면 집을 팔 수 있는 시간은 3개월밖에 없다. 겨울철에는 주택 거래가 뜸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매수자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은 더 짧다. 단기간에 매물이 몰리며 주택시장 전체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주거복지 로드맵의 발표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는 데다 정부에서 추가적인 부동산 규제가 많을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다주택자는 집을 팔아야 할지, 판다면 언제 팔아야 할지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며 "시장 분위기나 정치 이슈에 따라 단기적으로 대응하는 정책이 이어진다면 시장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 지연은 실수요자의 혼란도 가중시키고 있다. 8·2 대책 후 실수요자의 최대 관심사는 집을 살지, 임대주택에 더 오래 머무를지 선택하는 것이었다.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가 늦춰지면서 신혼희망타운이나 공적임대주택이 어떻게 공급되는지 알 길이 없다. 머뭇거리는 사이 떨어지던 집값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민간임대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청약
[정순우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