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생활용품 업체 유니레버가 국내 토종 화장품 브랜드 'AHC'를 운영하는 카버코리아를 전격 인수했다.
유니레버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스킨케어 업체인 카버코리아를 베인캐피털과 골드만삭스로부터 22억7000만유로(약 3조629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유니레버는 이날 베인캐피털-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이 보유한 카버코리아 지분과 이상록 카버코리아 회장 지분을 합한 총 96%의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베인캐피털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6월 4300억원에 카버코리아 지분 60%를 인수한 지 1년여 만이다.
이번 인수·합병(M&A)은 국내 화장품업계에서 이뤄진 M&A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카버코리아는 지난해보다 기업 가치가 4배 넘게 치솟으면서 유니레버에 발탁됐다.
특히 그동안 국내 화장품 업계 M&A는 국내 업체들 사이에서만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글로벌 기업이 인수했다는 점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카버코리아는 1999년 설립된 회사로 에스테틱 전용 화장품 브랜드로 시작해 홈쇼핑에 진출하면서 외형이 확 커졌다. 얼굴 전체에 쓰는 아이크림을 표방한 '더 리얼 아이크림 포 페이스 시리즈'가 대박을 내면서 업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고가의 아이크림을 얼굴 전체에 바르는 호사를 저렴한 가격에 누릴 수 있다는 점에 여성 소비자들의 구매가 이어졌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로 인해 올 상반기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중국 매출이 줄어드는 가운데서 중국 시장에서 선전한 것도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앨런 조프 유니레버 퍼스널케어 부문 사장은 "(카버코리아는) 우리의 퍼스널케어 사업 전략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면서 "북아시아 지역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AHC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유니레버의 퍼스널케어 부문 성장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에드 한 베인캐피털 PE 부문 상무도 "한국의 선도 업체와 화장품 분야의 파트너로 함께한 것이 커다란 기회였다"면서 "유니레버는 카버코리아가 다음 단계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파트너"라고 밝혔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화장품 시장이
[강다영 기자 / 전경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