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몸값 `껑충`…글로벌 경쟁력도 입증

■ 유니레버, AHC 3조에 인수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 유니레버가 국내 화장품 업체 카버코리아를 약 3조원에 인수하면서 국내 화장품 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2010년 LG생활건강이 더페이스샵을 4667억원에 인수한 이후 역대 최고 가격을 경신했기 때문이다. 베인캐피털과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이 지난해 6월 카버코리아 지분 61%를 4300억원에 인수한 지 1년여 만에 '몸값'이 무려 4배나 뛰었다.
이번 인수·합병(M&A)으로 베인캐피털·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은 인수금융 효과를 감안해 단기간에 6배에 달하는 차익을 거두면서 성공적인 투자 회수 사례를 남기게 됐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변방'으로 취급받던 국내 토종 화장품 회사가 글로벌 기업인 유니레버에 전격 인수됐다는 점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M&A는 유니레버 측에서 먼저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레버는 카버코리아 인수를 발판 삼아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한국 토종 화장품 회사가 글로벌 회사에 매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단순 지분 투자가 아니라 아예 회사 전체를 인수했다는 점에서 한국 화장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상당히 커졌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이렇게 매각이 빨리 진행될 줄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중국 업체가 인수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유니레버 같은 글로벌 기업이 인수해 상당히 놀랐다"고 전했다.
카버코리아는 올 상반기 국내 화장품 업계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영향으로 실적 감소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실적이 전년 대비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레버는 카버코리아의 이 같은 견조한 실적 성장세를 높이 평가해 3조원이라는 거금을 '베팅'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광군제(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때에도 하루 동안 마스크팩을 65만장이나 팔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 거래에서 이상록 카버코리아 회장도 유니레버에 지분을 함께 넘기면서 1조원에 달하는 거금을 손에 넣었다.
카버코리아는 1999년 에스테틱 전문 화장품 회사로 출발했으며 지난해 매출액 4295억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295억원, 18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74%, 273% 늘어난 수치다.
카버코리아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일등공신은 2013년 출시된 '리얼 아이크림 포 페이스 시리즈'. 얼굴 전체에 바르는 아이크림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타 브랜드와 차별화하는 데 성공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아이크림은 눈가에만 바르는 화장품이라는 기존의 상식을 뒤엎고 출시와 동시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입소문이 나면서 누적 판매량이 4200만개를 돌파했다.
시장조사 업체 칸타월드패널 조사 결과에 따르면 AHC는 지난해 한국 아이크림 시장에서 1위 제품으로 뽑혔다.
국내에서의 빠른 성장세를 발판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 1월에는 할리우드 배우인 앤 해서웨이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업계에서 이목을 끌었다.
카버코리아는 에스테틱 화장품 AHC 외에도 코스메틱 브랜드 샤라샤라(Shara Shara), 패션·메이크업 토털 브랜드 비비토(VIVITO), 색조 브랜드 RED A.H.C를 론칭하며 스킨케어 시장뿐 아니라 색조 시장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후 AHC는 최근 2030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브랜드 로고를 개선하고, 젊은 층을 겨냥한 홈 에스테틱 제품을 내놓는 등 변화를 시도해왔다. 기존에 신제품을 홈쇼핑에서 판매하던 것과 달리 올리브영, 왓슨스 등 젊은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헬스앤드뷰티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등 브랜드 타깃 연령 낮추기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다만 이번 인수가가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드 이슈로 인해 중국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고, 중국 현지 화장품 업체들의 경쟁력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어서다.
한편 베인캐피털은 카버코리아를 비롯해 올해 보톡스 생산업체인 휴젤을 9274억원에 인수하면서 국내 M&A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강다영 기자 / 전경운 기자 / 문호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