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회장 사실상 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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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은 금융권 일부에서 제기됐던 낙하산 우려와 노조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임기간 중 이룬 성과를 토대로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진작부터 지목돼왔다. KB사태에 따른 내부 혼란을 이른 시간 내 수습했고 LIG손해보험 현대증권 등 굵직한 금융회사를 인수하며 은행 비중이 높았던 KB금융의 외연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KB금융은 올해 상반기 실적과 시가총액에서 업계 선두였던 신한금융을 제치며 손해보험과 증권사 인수에 따른 후광 효과를 톡톡히 누리기도 했다.
14일 저녁 서울 명동 KB국민은행 사옥에서 진행된 제2차 확대지배구조위원회(확대위)는 최종 후보 3명 모두 KB금융 내부 인사로 선정했고 이 가운데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과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이 후보직을 사임함으로써 윤종규 현 회장을 단독 후보로 확정했다. 최영휘 확대위 위원장은 "경영 효율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가 자주 바뀌는 게 좋지 않다"며 "3년 임기 동안 열정을 바쳐서 열심히 했고 경영 결과가 동종업계보다 나쁘지 않다면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최종 후보직을 고사한 두 사장 모두 현재 맡고 있는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다"면서 "대내외 공정성 시비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나 원칙에 따라 나온 결과대로 발표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이 조기에 사실상 연임을 확정했지만 그동안 장애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사철마다 나온 고질적인 낙하산 논란에다 KB금융 노조가 윤 회장 연임 반대론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외부 입김을 배제한 채 현직 회장 경영 성과와 또 다른 후보의 CEO로서 자질을 엄정하게 평가해야 할 이사회 정식 절차가 진행 중이었지만 일부 후보 사전 낙점설이 불거지는 등 KB금융 회장 인선에서 혼탁 양상이 빚어졌다. 금융권에서는 실제로 김정민 전 KB부동산신탁 사장,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 등 KB금융 전직 계열사 CEO 중 한 명이 '다크호스'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여당 등 정치권에서 특정 후보를 밀고 있다"는 소문도 제기됐고 이 과정에서 노조와 연계가 있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특히 김정민 전 사장은 부산상고 출신으로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을 역임한 경력을 앞세워 정치권과 노조가 밀고 있는 후보라는 소문이 확산된 바 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결과 외부 낙하산 인사나 전직 계열사 CEO들은 최종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날 확대위에 참석했던 한 사이외사는 "회사 안팎의 우려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중립성과 공정성, 금융발전의 견지에서 최선의 판단을 내렸다"며 "차기 경영진이 성과로 보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초 금융권 전망과 달리 낙하산 인사가 배제된 것은 최근 진행됐던 BNK금융지주 회장 인선에서 정치권 낙하산 논란이 제기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BNK금융은 내부 출신인 박재경 당시 회장 직무대행과 외부 출신인 김지완 전 하나대투증권 사장이 경합한 끝에 김지완 전 사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 바 있다.
윤 회장의 지주 회장 연임 이후 KB국민은행장 분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차기 KB국민은행장에는 양종희 KB손보 대표, 박지우 KB캐피탈 대표, 윤웅원 KB국민카드 대표 등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리는 가운데 현직 부행장급에서 발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번에 윤 회장이 연임을 사실상 확정했지만 노조와의 관계 회복은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로 부상했다. KB금융 노조는 이달 초 윤 회장 연임 찬반을 묻는 직원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특정 IP(인터넷 주소)에서 4000여 개의 설문 답변이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경영진 개입설을 들고 나왔다. 이와 관련해 윤 회장을 업무방해죄 등으
이번에 KB금융의 지배구조와 회장 선임 절차가 외부 압력이나 낙하산 인사 개입 없이 잘 마무리될지도 지켜봐야 할 과제다. 확대위는 오는 26일 다시 회의를 개최해 인터뷰를 통한 심층 평가를 진행한 후 윤종규 회장 연임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