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국 기업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향후 국내 기업들의 외화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국내외 투자자 모집에 나서 최초 제시했던 수준보다 0.10~0.15%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총 10억달러(약 1조1276억원) 규모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했다. 3년 만기 변동금리부채권(FRN) 5억달러와 5년6개월 만기 고정금리부채권(FXD) 3억5000만달러를 새로 발행했다. 지난 2월과 동일한 금리조건으로 5년 만기 변동금리부채권도 1억5000만달러를 발행했다. 표면적으로는 성공적인 발행이었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유사시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는 국책은행이란 점을 감안하면 평상시 수준이다.
문제는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북한 핵실험 전과 비교해 사뭇 달라졌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모집액의 3배인 30억달러어치 주문을 받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총 주문액이 17억달러에 불과했다.
더욱이 국내 투자자들조차 산업은행이 발행한 글로벌본드 매입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투자자들의 반응을 살펴본 국민은행은 이번주 예정된 글로벌본드 발행 계획을 다음주로 미뤘다.
주간사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이번 북한 핵실험을 두고 핵 보유국과 핵 보유국 간의 갈등이라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지난 4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와도 완전히 다른 상황이며 왜 지금 한국이 발행한 채권을 사야 하냐고 되묻는 투자자도 많았다"고 말했다.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우리나라 기관들이 발행한 글로벌본드의 금리도 급등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지난 2월 27일 5년 만기 고정금리부채권은 현재 국제 금융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글로벌본드 중 하나다. 이 채권의 가산금리는 지난 2월 말 83bp에서 4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94bp까지 뛰어올랐다. 이후 안정세로 돌아섰다가 북 핵실험 이후 지난 12일 96bp까지 다시 급등했다. 채권의 가산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남은 관건은 북한이 10월 노동당 창건일 전후로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인지에 달렸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기아자동차 등이 글로벌본드 발행을 준비하는 가운데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외화자금 조
산업은행 관계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안 통과 등 북한 관련 이슈가 다소 안정화된 분위기를 적극 활용해 글로벌본드 발행을 추진했다"며 "한국의 글로벌본드에 대한 해외투자자 동향 등을 선제적으로 파악함으로써 국내 기관의 발행 방향 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