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주회사 집중분석 ② ◆
![]() |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 현대중공업 지분을 대거 사들여야 하는 현대로보틱스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이게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주가는 이날 14만1500원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1.05% 하락한 것이고, 18만6500원 수준이던 지난 6월 14일에 비해서는 24.1% 급락한 것이다.
3개월 전까지 만해도 조선업 반등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추세였으나 하반기 수주절벽에 이어 최근 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전에서 중국에 밀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7월 누적 기준 현대중공업 조선·해양 수주는 총 19억6000만달러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면서도 "연간 목표 대비로는 33% 수준으로 전반적으로 부진했고, 하반기 발주량 개선을 가정해도 여전히 올해 수주 목표 달성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그룹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한창인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주가가 주춤한 올해 하반기에 보다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2년 내(2019년 3월)에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던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지분은 지난달 1931억원에 현대로보틱스가 사들이면서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한 바 있다.
정동익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 지분은 금액이 크지 않아 현금으로 매입했지만 현대중공업 지분은 규모가 커 쉽지 않다"며 "현대로보틱스는 지분 91.1%를 보유한 현대오일뱅크의 배당금을 통해 시간을 두고 매입하거나 현대미포조선을 분할해 투자 부문을 현대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로보틱스 재무구조가 좋기 때문에 회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오일뱅크 상장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등 카드도 많다. 현대로보틱스가 어떤 방식을 택하든지 관건은 현대미포조선이 들고 있는 현대중공업 지분 7.98%에 대한 가치다. 현대중공업 주가가 떨어질수록 비용부담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로 3개월 전 현대로보틱스가 이 지분을 가져오는 데 필요한 비용은 8400억원 규모였으나, 최근 주가 하락 덕분에 6400억여 원까지 줄어들었다.
현대로보틱스 입장에선 2019년 9월까지 순환출자 해소 기한이 남아 있지만 현대중공업 지분을 사들이는 시기는 올해 하반기가 적기라는 시각이 많다. 내년부터 조선 업황이 본격적으로 회복되면서 주가 역시 반등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2018년 조선시장이 본격 회복되면서 선박 발주액은 올해 대비 46% 증가한 800억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순환출자 해소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철저히 준비해서 적절한 시점에 진행할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은 적극적으로 수주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증손회사 문제와 금융 계열사 이슈도 해결해야 한다. 현행법은 지주회사는 증손회사를 100% 보유하거나 아예 보유하고 있지 말아야 한다.
현대로보틱스 손
금융자회사 보유금지 규정에 따라 하이투자증권 매각도 불가피하다.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