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사 라이벌 열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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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예상은 LG화학이 롯데케미칼에 비해 다양한 사업군이 있고 연구개발(R&D)에도 롯데케미칼보다 10배에 달하는 투자를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올해 들어 LG화학을 순매수하고 있는 반면 롯데케미칼은 순매도로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업 성장성에서 많은 표를 받고 있는 LG화학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롯데케미칼과 5배까지 벌어지고 있다.
2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각각 2조8009억원, 2조7994억원으로 근소한 차이다. 일부 석유화학 제품의 판매에 따라 언제든 1위와 2위가 바뀔 수도 있는 모양새이지만 증권사 추정에 따르면 다시 LG화학이 영업이익 기준 화학 업종 1위 자리에 오르게 된다.
증권사 한 연구위원은 "증권사들마다 3분기 추정이 서로 다를 정도로 두 업체는 혼전 양상"이라며 "올해 영업이익 순위와 상관없이 향후 성장성은 연구개발 위주로 성장하려는 LG화학이 더 탄탄하다고 봐야 하지만 올해까지는 중국 수요 때문에 롯데케미칼 실적도 견조하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호황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작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5분기 연속 LG화학에 앞서다가 올 2분기 추월당했다. LG화학은 2분기에 726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롯데케미칼(6322억원)을 압도했다. 올 상반기 두 업체는 나란히 영업이익 '1조클럽'에 올랐지만 LG화학이 롯데케미칼에 상반기 기준으로 767억원 앞서게 됐다.
이 같은 역전이 가능했던 것은 두 업체의 사업 구조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에 올인돼 있는 롯데케미칼은 화학 제품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2분기 실적이 하락했고 화학 이외에 다른 사업이 많은 LG화학은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동안 LG화학 실적을 깎아 먹었던 '애물단지' 사업인 전지(배터리) 분야 흑자 전환이 이 같은 반전 드라마를 썼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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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드 보복을 기회로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공급 지역을 북미와 유럽 지역으로 넓혔고 ESS의 수익이 늘면서 전체 배터리 사업이 올 2분기 75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윤성노 대신증권 연구원은 "ESS의 계절적 성수기 진입, 신시장 수요 증가에 따른 소형 전지 매출 확대로 전지 부문의 흑자는 3분기에도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분야도 굳건하다. 기술력이 필요한 고흡수성수지(SAP)나 ABS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이 잘 팔리면서 다른 석유화학 업체보다 수익성이 높았다.
롯데케미칼은 기술 장벽이 낮은 에틸렌, 벤젠, 부타디엔과 같은 제품을 주로 생산하기 때문에 중국시장 영향과 경쟁사의 공장 가동률에 큰 영향을 받는다.
올 2분기 석유화학 업체들은 유가 하락으로 인한 화학 제품 가격 약세로 맥을 못췄다.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한화케미칼, 금호석유화학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모두 작년보다 감소했다.
LG화학은 다양한 사업군 덕에 국내 주요 화학업체 중에선 유일하게 작년 2분기보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이 늘었고 하반기 전망도 밝은 편이다.
석유화학은 물론 배터리, 전자소재, 바이오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고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LG화학의 상반기 R&D 비용은 437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비중도 3.2%에서 3.4%로 올랐다. 롯데케미칼의 R&D 투자는 올 상반기 445억원에 불과했다. LG화학의 10분의 1 수준이다. 매출액 대비 비중도 올 상반기 0.6%에 그친다.
LG화학 성장성을 높게 본 외국인은 올해 들어 이 종목을 지난 18일까지 4700억원어치 순매수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을 1141억원어치 순매도하고 있다.
이는 주가 상승률 차이로 이어졌다. LG화학 주가는 같은 기간 33.7% 오른 반면 롯데케미칼은 6.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가 거의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주가는 롯데케미칼이 저평가 상태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LG화학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각각 13배, 1.5배인 반면 롯데케미칼은 5.6배, 0.9배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까지는 롯데케미칼 경쟁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 주력 제품들 가격이 2분기에 바닥을 찍고 올라가고 있고 하반기에 중국 화학제품 및 원료 수요 증가가 호재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