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큼 우리를 반겨주는 곳도 없었다."
2009년 초 연합과기 관계자가 기자에게 건넨 이 말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 업체는 2008년 12월 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가 2012년 9월 상장폐지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당시 거래소와 한국 증권사들이 중국 기업들의 상장 유치를 위해 열을 올렸다"며 "상장 준비기간이 오래 걸리는 중국 본토 대신 상장 절차가 덜 까다로운 해외 증시를 찾다가 한국행을 선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거래소, IPO 주간사, 회사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당시 상장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한국 증시에서 '중국 대표 상장사'가 되겠다던 이 회사는 이후 감사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았다. 최후 수순은 상장폐지였다.
2010년 9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가 2012년 퇴출됐던 중국 태양광 발전 업체 성윤광전도 유사한 사례다. 상장 직전 열린 현지 간담회에서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 지방정부로부터 태양광 발전을 위한 각종 지원을 받고 있다"며 든든한 백을 과시했다. 이후 성윤광전은 각종 매출 정보 등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아 외부감사인에게 '의견거절'을 받고 우리 증시에서 사라졌다.
한국 증시에서 '차이나 포비아(중국 공포증)'가 자리잡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7년 이후 상장된 중국 기업 22개사 가운데 8개 기업이 자취를 감췄다. 올해 중국원양자원과 완리 등 두 곳도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회계부정과 허위사실 공시 등 문제를 일으킨 일부 중국 기업들이 자초한 결과다. 문제는 후폭풍의 고통을 이들이 아닌 국내 투자자들이 진다는 사실이다. 지난 2013년 퇴출 당시 2000억원대 투자자 피해를 일으킨 '고섬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면서 한국 증시를 노크하려는 중국 기업들도 애꿎게 피해를 보고 있다.
일부 중국 기업들의 비도덕적인 행태는 분명 잘못됐다. 하지만 본질적인 책임 소재는 '중국 기업 유치'라는 성과에 치중한 나머지 이들 기업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거래소와 상장주간사들에게 있다. 다각도의 검증과 소통 시스템을 갖춰 중국 우량기업을 유치하는데 힘써야 한다. 뒤늦게나마 최근 거래소가 증권사 IB 관계자들을 만나 중국 기업의 회계 재무 현황을 면밀히 검토하라고 권고한 것은 다행스러운
한비자 내저설에는 '세 사람이 있으면 미혹됨이 없다(莫三人而迷·막삼인이미)'라는 문구가 있다.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면밀히 살피는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함의를 지닌다. 우량 중국기업을 유치하는데 가이드라인이 되기에 충분한 성어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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