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에 인력 구조조정 효과로 대표되는 ‘불황형 흑자’를 탈피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올 2분기(4~6월)엔 일부 업종만 이익이 늘어나는 ‘양극화의 덫'에 갇혔다. 삼성전자와 같은 전기전자 업종만 올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급증했을 뿐 화학이나 전기가스 업종은 1년새 이익이 1조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들은 6개월 이익이 작년 전체 이익을 넘어섰을 정도로 탄력을 받고 있어 투자자들의 선별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33개사(연결재무제표 제출 710개사 중 금융업 등 77개사 제외)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910조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8.2% 늘었다. 2015년 대비 작년 상반기 매출 증가율이 0.6%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상장사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78조원과 61조원으로 각각 19.2%, 24.4% 늘어 수익성은 계속 개선되고 있다.
금융사를 포함해 올 상반기 전체 순이익은 74조2188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상반기(59조4450억원)보다 24.9% 증가했다.
이익지표도 개선됐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8.59%, 매출액 순이익률은 6.67%로 두 지표 모두 작년보다 올랐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상장사들이 1000원 짜리 상품을 팔아 86원의 영업이익을 남겼고 실제 67원을 손에 쥐었다는 뜻이다.
이날 한국거래소 자료를 바탕으로 에프앤가이드가 2분기 코스피 상장사(연결 기준·금융업 포함) 실적만 따로 구분해보니 올해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49조9981억원으로 50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작년 2분기 보다 21.1% 늘어난 수치다.
이같은 이익 증가율은 올 1분기에 비해 다소 떨어진 것으로 실적 성장 추세가 둔화된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 1분기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은 48조6372억원으로 작년 1분기(37조6965억원)보다 29%나 증가했는데 2분기엔 이 수치가 8%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이같은 수익성 둔화의 이유로는 중국의 사드 보복과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주로 꼽힌다. 화장품 판매가 급감한 화장품주와 원자력 발전소 이용률이 떨어진 한국전력의 실적이 크게 꺾였기 때문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반도체 호황기를 타고 정보기술(IT) 업종이 큰 폭의 실적 개선흐름을 보여주고 있고, 금리 인상 사이클에 맞춰 증권과 금융 업종이 강세를 보이면서 전체 기업들의 이익 개선이 이어졌다”고 운을 뗀 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화장품주와 자동차 업종 이익이 감소하면서 양극화가 분명해진 것은 향후 주식시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전력이 포함된 전기가스 업종은 1년새 개별 기준 영업이익이 1조5596억원이나 줄었다. 작년 2분기 1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한국전력이 올 2분기엔 3413억원으로 82%나 이익이 급감한 게 직격탄이다.
1분기 석유화학 제품이 급등해 휘파람을 불었던 화학 업종도 2분기에 뒷걸음질 쳤다. 84개 상장사가 밀집한 화학업종의 영업이익도 1년새 1조139억원 줄었다.
거래소 업종 기준으로 석유화학 업체 뿐만 아니라 화장품 업체들도 화학 업종에 속한 탓에 화학업종의 실적 감소폭이 컸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영업이익이 1년새 반토막이 났다.
이들의 실적 하락에도 반도체 호황을 등에 업은 전기전자 업종이 이를 모두 만회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전기전자 업종(개별 기준)은 작년 2분기 보다 영업이익이 7조9008억원 급증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117% 늘었고 SK하이닉스는 무려 621%나 증가했다.
IT와 함께 금융업도 2분기 실적을 이끌었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금융업의 순이익은 작년 상반기 보다 26.8% 늘어난 13조532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업 중에선 같은 기간 순이익이 68.4%나 늘어난 증권업이 단연 두드러졌다.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투자은행(IB) 실적이 좋게 나오면서 2분기에 순이익이 1000억원을 넘는 증권사들이 속출했다.
개별 종목에선 올 상반기 영업이익만으로 작년 전체 이익을 넘어선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LG전자가 주목받고 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를 상회한 기업수가 소폭 개선됐고, 기업들의 매출 확대와 더불어 마진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여전히 실적
코스닥 상장사들도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상장사 744곳의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보다 22.6% 늘어났고 순이익은 44.8% 증가했다.
[문일호 기자 / 고민서 기자 / 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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