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강남구 대치동 일대 '세텍(SETEC)' 개발을 위해 또다시 용역에 들어갔다. 같은 사안에 대해 벌써 네 번째 시행하는 용역이다. 통상 용역을 한 번 실시하는 데 억대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시민 혈세를 의미 없이 사업비로 투입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세텍과 동부도로사업소, SK E&S 소유 '코원에너지서비스' 용지를 통합 개발해 서울 최대 규모 전시·컨벤션지구를 만들겠다는 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시 내부에서 '강남에 이처럼 큰 규모의 전시·컨벤션 시설이 필요하냐'는 반대론이 일면서 결국 1년짜리 1억원대 용역이 다시 발주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 내부에서 과연 강남권에 이 같은 대규모 시설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며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용역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글로벌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박람회와 이벤트) 톱3에 걸맞은 위상을 갖추겠다는 서울시 계획은 다시 기약 없이 늦춰지게 됐다.
세텍 개발 주무부서는 추가용역이 굳이 필요치 않다는 입장이다. 굳이 1년짜리 외부 용역을 의뢰하지 않고 부서 간 협의를 거쳐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용역을 주도한 도시계획국은 세텍 용지 사업성 확보를 위해 계획안에 넣어 놓은 고층 주상복합 건설에 부정적 입장인데 주무 부서에서는 '이 부분은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수차례 용역과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친 사안에 대해 또 용역을 하게 되면 대규모 프로젝트를 계속 늦추게 될 뿐이다. 사업자 공모와 주변 아파트 단지·상인들과의 협의 등 갈 길이 먼 세텍 개발은 시 내부 갈등이 조정되지 않는 바람에 몇 년을 더 표류하게 될지 모르게 됐다. 당초 시는 학여울역 인근에 서울 최대 규모의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목표로 세텍 용역을 실시한 바 있다. 여기에 올 초 SK그룹이 자신들이 소유한 코원에너지서비스 용지를 더해 개발하는 안을 시에 제출하면서 유력한 안으로 검토 중이지만, 재용역 결정으로 사업은 다시 난항에 빠졌다. 코원에너지서비스와 시가 보유한 용지 2개 등 총 3개 용지를 하나로 묶어 복합개발할 경우 전시·컨벤션 공간의 단일 층수 면적이 4만7000㎡에 달한다.
시의 '용역 남발'로 피해를 본 사례는 세텍 용지 개발뿐만이 아니다. 용역까지 다 끝난 광진구 광나루역 인근 유휴용지 개발사업도 시가 재용역을 결정해 사실상 백지화했다. 따라서 지난 5월 용역을 완료한 해당 용지 체육공원 조성 사업은 현재 올스톱된 상태다. 용역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시 간부들이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재수립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체육공원을
[박인혜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