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대립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충격을 받고 있다. 이른바 '8월 위기설'이 그동안의 괴담 수준을 넘어 시장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셈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상반기에만 10조원을 순매수하며 국내 주식시장 상승을 이끌었지만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자 지난달 중순 이후 2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코스피는 최근 보름새 3% 넘게 하락했다. 국가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은 연중 최고수준으로 뛰어 오르면서 금융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 대비 26.34포인트(1.10%) 하락한 2368.39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가 2370선 밑으로 내려간 건 지난 6월21일(2357.53) 이후 정확히 49일 만이다. 외국인은 이날 주식 현물 2600억원, 선물 4500억원을 동시에 팔아치우면서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코스닥도 외국인이 450억원을 팔아치운 가운데 전일 대비 8.80포인트(1.35%) 하락한 642.87로 종료했다.
이날 주식시장 하락은 북한 핵 및 ICBM(대륙간탄도탄)을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의 갈등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휴가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 위협에 대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고, 이에 북한이 "괌(미국령) 포위사격을 검토중"이라고 맞불을 놓으면서 전쟁 공포감이 커졌다.
삼성전자(-3.0%) SK하이닉스(-3.2%) 삼성물산(-2.9%)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 상당수가 2% 이상 하락했다. 반면 빅텍(19.5%) 스페코(12.8%) 퍼스텍(3.0%) 등 방위산업 관련주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최근 북한 리스크는 지난 달 28일 밤 ICBM급인 '화성-14형' 미사일 2차 발사 이후 본격적으로 고조되는 모습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1.7% 폭락한 지난 3일의 경우 전날 발표된 세법개정안 영향이 더 컸지만 이날 하락은 북한 리스크의 영향이 직접적"이라고 분석했다.
외환시장 역시 북한 리스크에 크게 반응하며 달러당 원화값은 10원 넘게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1135.2로 전날종가(1125.1원)보다 10.1원 내렸다. 달러당 원화값은 장중 한 때 1137.3원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지난달 14일 기록한 장중 저점 1138.7원 이후 한달 만에 최저치다.
채권시장도 환율에 영향을 많이 받는 단기물 중심으로 약세를 보였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22%포인트 상승(채권값 하락)한 1.835%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0.021%포인트 상승한 2.339%를 각각 기록했다. 5년 물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평균 58bp를 기록하며 월별 기준으로 올
앞서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와 S&P 500 지수도 각각 2만2179.11과 2490.87까지 올라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장 막판 북한 지정학적 우려가 커지면서 다우는 0.15%, S&P는 0.24% 하락 마감했다.
[최재원 기자 / 김규식 기자 / 전경운 기자 /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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