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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2000억원을 팔아 치웠다. 최근 외국인 매도가 단기 차익실현인지, 중장기로 이어질지 여부는 지켜봐야 하지만 쉴 새 없이 달렸던 코스피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분명하다. 같은 기간 개인도 630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개인이 국내 주식을 팔아 치우는 동안 매물을 받아낸 곳은 거래소 수급 주체에서 '금융투자'로 분류되는 증권사였다. 증권사는 최근 3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2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개인은 물론 국내 기관투자가 가운데 연기금(2100억원)과 우정사업본부(2300억원) 매도 물량까지 증권사가 거의 다 받아낸 셈이다.
증권사 매수 자금에는 증권사가 보유한 자기자본을 활용한 투자(PI·Property Investment), 증권사가 발행한 ELS의 헤지(위험 회피) 운용,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유동성 공급 자금 등이 뒤섞여 정확한 내역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주식·파생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최근 증권사 매수가 두드러진 건 PI의 매도차익거래가 늘어난 게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매도차익거래는 지수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현물에 비해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는 방식의 차익거래를 말한다. 실제 증권사의 주식 현물 매수가 집중된 지난달 14일부터 31일은 코스피와 선물 가격 차이가 올해 들어 가장 컸다. 증권사 자기자본 투자 규모는 전체 증권사 자기자본 합계 약 50조원 가운데 10조~2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통상적으로 박스권에서 지수가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사는 방식으로 헤지 운용을 하는 ELS의 경우 상승 국면에서는 시장 영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시장 상승으로 발행된 ELS가 빠르게 중도상환되면서 잔액 자체가 많이 줄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3일의 경우 현물에 비해 선물 하락 폭이 컸는데 그럼에도 증권사가 주식시장에서 1800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낸 건 ELS 매수 자금이 들어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작년 말 68조5000억원이었던 ELS 발행 잔액은 올해 들어 7조원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61조7000억원가
증권사 파생상품 전문가는 "향후 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커지면 선물가격 하락이 더 빠르게 진행될수 있고 이럴 때는 PI 자금 유입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시장이 하락하면 ELS 헤지 자금이 보다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면서 당분간 지수를 떠받치는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