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뱅크 초기흥행 대성공
28일 카카오뱅크는 오후 3시 현재 기준으로 신규 계좌 47만개,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88만6000건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예·적금은 1350억원, 대출금액은 92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신규 계좌 개설 속도는 지난 4월 출범한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뿐 아니라 시중은행보다도 크게 앞선다. 케이뱅크가 신규 계좌 30만개를 달성하기까지는 약 2개월이 걸렸는데 카카오뱅크는 출범 직후 단 하루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출범 100일째를 넘긴 케이뱅크의 현재 가입자는 약 40만명 수준인데 출범 2일째인 카카오뱅크는 이미 이 수치를 넘어서게 됐다.
16개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해 1년간 비대면 계좌 개설 건수는 약 15만5000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이 1년 동안 비대면으로 모집한 고객 수의 약 3배 규모를 카카오뱅크가 출범 직후 겨우 30시간 만에 달성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의 흥행몰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우선 가입 절차를 크게 간소화해 기존 은행들과 차별화했다. 시중은행의 비대면 채널 신규 계좌 개설에 소모되는 시간은 대략 10~15분이지만 카카오뱅크는 단 7분 만에 완료할 수 있다. 또 카카오톡 주소록을 연동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듯이 10초 안에 간단하게 돈을 보낼 수 있으며 예·적금 가입, 대출 신청 등도 5분을 넘기지 않는다.
오프라인 지점을 운용하지 않는 만큼 각종 수수료도 저렴하다. 카카오뱅크의 해외송금 수수료는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이다. 기존 은행에서는 5000달러를 해외로 보낼 때 5만~6만원이 들지만 카카오뱅크에선 5000원만 내면 된다.
올해 말까지 CU 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에서 출금도 무료로 할 수 있다. 시중은행과 달리 복잡한 가입 절차를 거치지 않고 모바일로 빠르게 돈을 빌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또 대출금리가 신용대출은 최저 연 2.86%로 시중은행 평균 금리(3.5~6.5%)보다 낮으며 대출한도는 은행권 최고 수준(1억5000만원)에 달한다. 예·적금의 경우 별도 우대 금리가 적용되지 않아도 최고 금리가 연 2.0%에 달한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최대한 활용한 마케팅 또한 초반 흥행에 한몫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계좌 개설 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지급하고 있다. 체크카드에는 라이언 등 카카오 프렌즈의 인기 캐릭터가 새겨져 있다. 예금·대출 금리 등이 케이뱅크나 기존 은행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카카오뱅크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끄는 주요 요인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초반 돌풍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불안정한 서버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실제로 영업 개시 둘째날인 28일 대출 신청은 서버 문제 때문에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카카오뱅크가 자랑하는 모바일 신용대출도 사실상 받기 어렵다. 카카오뱅크의 비상금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신용대출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본인의 한도를 확인해야 하지만 '한도 조회'를 누르면 "현재 신용정보평가기관의 응답 지연으로 서비스 이용이 어렵다"는 답변만 나온다. 트래픽이 몰려 카카오뱅크 시작 화면에서 아예 접속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활용한 비대면 상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는 만큼 전화나 메신저 상담이 밀려 어려울 경우 이용자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기다릴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 마이너스통장을 만들려던 직장인 정 모씨(29)는 "하다 하다 안 돼서 속이 터져서 앱을 지워버렸다"고 말했다.
미성년자에게는 여전히 불편한 가입 방법도 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카카오뱅크는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과 타 은행 계좌이체를 통해 본인 인증을 한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지 못한 미성년자나 다른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은 가입조차 할 수 없다. 국회에서 은산분리 개정 논의가 공회전하면서 케이뱅크처럼 급증하는 대출 신청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은산분리법 개정을 원하고 있지만 개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없다"며 "고객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증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정지성 기자 /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