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전담 특수은행이던 국민은행처럼 됐습니다. 이대로 두고 보는 게 금융당국의 역할이 맞는지 심각한 의문이 생깁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취임 직후 첫 기자간담회는 금융권, 특히 시중은행에 대한 질타로 시작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형 시중은행들이 혁신·중소기업 발굴 등 생산적 분야에 대한 금융 지원 보다는 가계 대출 위주의 손쉬운 영업에만 안주하며 수익을 늘려왔다고 질타한 셈이다.
최 위원장은 은행별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이같은 상황을 경고했다. 그는 "국민은행은 1999년과 2016년 기업대출 비중이 40%대로 큰 차이가 없지만 우리은행은 68.6%에서 44.3%로 신한은행은 74.2%에서 47.9%로 각각 줄었다. 하나은행도 72.8%에서 45%로 줄었다"면서 "모든 은행이 국민은행화됐다"고 지적했다. 4대 시중은행이 앞다퉈 가계대출을 늘리면서 기업대출 비중이 40%대로 사실상 비슷해진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7.7%에 불과했던 은행권의 총대출 대비 가계대출 비중은 지난해 43.4%로 껑충 뛰어올랐다.
최 위원장은 은행권 가계대출의 심사기능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만 적용하고, 별도의 심사없이 대출을 해준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전당포식 영업행태"라면서 "집값이 변동이 돼도 그 위에 다른 자산까지 받아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상환능력에 대한 철저한 심사없이 자금이 과도하게 공급됐다"고 진단했다. 반면 기술력 있는 기업에 대해 위험부담을 안고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에는 금융회사들이 소홀했다고 최 위원장은 지적했다.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벤처투자자금 비중은 0.08%로 이스라엘(0.38%), 미국(0.35%) 등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통계도 제시했다.
금융회사가 전당포 격 보신 영업만 되풀이하는 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종구 위원장은 새로운 전략목표로 '생산적 금융'을 화두로 제시했다. 혁신기업·4차 산업혁명 등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담보·보증 없이도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금융시스템을 올해 안으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제결제은행(BIS) 위험 가중치를 재검토해 가계대출에 과도하게 치중돼 있는 은행 수익구조가 다변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개입을 불사하겠다고 시사했다. 최 위원장은 "금융 시스템이나 은행의 영업을 시장에만 맡기는 게 시장주의는 아니다"라며 "이 세상에 시장주의자들로만 가득 차있다면 시장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 현대 금융 시스템은 그대로 두면 과도한 부채를 양산하는 쪽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이같은 기조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최근 기록적 수익을 올린 주요 시중은행의 이자·비이자 이익, 순이자마진(NIM), 예대 금리, 대손충당금 책정 등을 분석 중이다.
최 위원장은 새 정부 첫 금융정책 방향으로 생산적 금융과 더불어 '포용적 금융'을 또다른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최우선 과제로 대부업 최고금리를 연내 시행령 개정을 거쳐 내년 1월부터 24%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향후 시장금리가 변동할 경우 적시에 최고금리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법률보다 시행령을 통해 최고금리를 조정하기로 한 것이다. 최고금리 인하시 불법 사금융 확대와 같은 부작용에 대한 보완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불법 사금융의 추이와 피해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그는
[박윤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