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모델링 사업 추진 후 시세가 크게 오른 서울 이촌동 현대맨숀. [사진 제공 = 현대맨숀 리모델링조합] |
그동안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재건축 단지에 가려서 덜 주목 받았던 리모델링 단지가 최근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한 방증으로 풀이된다.
2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옥수동 극동아파트 전용면적 85㎡ 시세는 6억7000만원에서 7억7000만원 사이로 조사됐다. 독서당로를 사이에 두고 길 바로 건너편에 있는 삼성아파트 전용면적 85㎡형 시세는 6억5000만~7억9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최저가 기준으로는 옥수 극동이 2000만원 비싸고 최고가 기준으로는 옥수 삼성이 2000만원 비싸다. 평균 시세는 두 아파트가 7억2000만원으로 동일하다.
이 같은 변화를 야기한 것은 바로 옥수 극동의 리모델링 조합 설립이다. 옥수동 S공인 관계자는 "옥수 극동은 지난 3월 31일 리모델링 조합이 설립되면서 가격이 뛰어 옥수 삼성과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리모델링이 완성되면 '옥수 대장주'인 래미안옥수리버젠과 비슷한 가격대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옥수 극동은 옥수 삼성보다 여러 측면에서 열위에 있다. 3호선과 중앙선이 지나는 옥수역에서 삼성아파트까지는 걸어서 3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극동아파트는 10분 이상 걸린다.
삼성아파트는 평지에 조성됐지만 극동아파트는 가파른 언덕에 있어 역에서 단지까지가 오르막길이다. 또 모회사 극동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극동아파트의 브랜드 가치는 삼성아파트보다 한참 뒤처진다. 입주 연도만 봐도 옥수 극동(1986년)이 옥수 삼성(1999년)보다 13년 더 오래된 아파트다. 리모델링 사업이 시작되자 옥수 극동 집값이 수많은 비교열위를 극복하고 옥수 삼성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간 것이다.
리모델링 사업의 가치가 인정받는 사례는 이 밖에도 많다. 서울 이촌동 현대맨숀도 리모델링 사업추진 수혜를 받은 사례로 꼽힌다.
2006년 리모델링 조합이 설립된 이촌동 현대맨숀은 주택경기가 좋지 않고 사업성이 부족해 한동안 사업이 지연됐다. 당연히 시세도 인근 새 아파트나 재건축 대상 단지에 크게 못 미쳤다. 하지만 2014년 4월 주택법 개정으로 신축 분양이 가능해지면서 사업성이 크게 개선됐다. 2014년 이후 지금까지 이촌동 집값이 평균 16.5% 올랐지만 이촌 현대 전용 146.38㎡는 무려 53%나 올랐다.
이촌동 M공인 대표는 "이촌 현대는 이촌동 다른 단지들보다 최근 3년 가격 상승률이 훨씬 높은데 리모델링 말고는 이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며 "새 아파트 분양가보다 평당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매수는 많고 물건은 별로 없어 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은 "전반적인 집값 상승으로 일반 분양가가 높아지자 리모델링 사업성이 개선돼 투자수요가 모이고 있다"며 "2014년 수평증축 리모델링을 마친 청담래미안로이뷰 매매가격이 작년 말 15억원에서 최근 18억원까지 오른 것도 투자자들이 리모델링 아파트를 다시 보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물론 리모델링 아파트는 재건축 또는 신축 아파트만큼 높은 가격을 받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현재는 내력벽을 그대로 둔 채 설계해야 하므로 아파트 평면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층간소음 방지 측면에서도 신축보다 리모델링이 불리하다는 평가다. 엘리베이터로 연결되는 지하주차장을 매끄럽게 만들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설계적 한계를 극복한다면 거주만족도는 재건축단지의 80
■ <용어 설명>
▷ 리모델링 : 리모델링은 건축물의 노후화를 억제하거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건축물의 기둥, 내력벽, 주 계단 등의 구조나 외부 형태를 수선·변경·증설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건축은 기존 낡은 아파트를 허물고 다시 짓는 것을 말한다.
[용환진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