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옥수동 극동아파트 입찰이 유찰된 게 단적인 예다. 옥수 극동 리모델링 조합은 시공사 선정에 앞서 시공능력평가 상위 25개 업체로만 입찰 자격을 제한했다. 옥수동이 최근 직주근접 주거지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유력 건설사들이 활발하게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일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쌍용건설이 유일했다. 지난 5월 30일 열린 현장설명회에서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쌍용건설이 참여해 3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달 초 대림산업이 발을 뺐고 포스코건설도 막판까지 저울질하다 결국 빠졌다. 내년 4월 이주가 예정된 이촌 현대맨숀도 리모델링 사업이 끝난 뒤 이촌 더샵 리버파크(가칭)로 이름을 바꿀 예정이다. 기존 시공사였던 현대건설이 현대맨숀 리모델링 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탓이다.
주요 건설사의 리모델링 사업 참여가 부진한 이유로는 시공사 입장에서 리모델링 사업의 수익성이 재건축 사업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이 꼽힌다. 재건축 사업에서 가구당 평균 분담금은 6억원, 리모델링 사업에서 가구당 평균 분담금은 1억원대 중반이다.
재건축 사업보다 리모델링 사업의 불확실성이 큰 것도 원인이다. 재건축의 경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추정 분담금 심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소유주 입장에서 사업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정비업체가 엉터리로 분담금을 산출해도 이러한 분담금 수준이 적당한지 검증할 수단이 없다. 리모델링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각종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우수 정비업체를 선정해 조합이 참고할 수 있게 해주거나 정비업체의 분담금 산정이 제대로 됐는지 사후적으로 사업성 분석을 해준다면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대부분 건설사들은 재건축 사업과 리모델링 사업을 같은 부서에서 진행한다. 한정된 인력으로 최대 성과를 내려면 아무래도 수익성이 더 높은 재건축 사업에 주력하는 게 유리하다. 주요 건설사 중에서 리모델링 사업 전담 부서를 둔 곳은 포스코건설과 쌍용건설뿐이다. 최근 굵직한 리모델링 사업은 두 회사가 휩쓸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신정쌍용, 이촌현대, 개포우성9차 등을, 쌍용건설은 응봉대림1차, 오금아남 등을 수주했다. 옥수 극동도 현 상황이 이어지면 쌍용건설이 수주할 가능성
이상호 벤처빌RMC 대표는 "지금은 재건축 일거리가 넘쳐나지만 서울 강북은 현재 용적률이 160% 미만, 서울 강남은 200% 미만이어야 재건축 사업성이 담보된다"며 "재건축 대상 단지가 소진되면 대형 건설사라도 리모델링 시장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