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단위계획 고시를 앞둔 가운데 최근 조망권이 좋은 단지가 대지지분이 넓은 단지 가격을 추월한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매경DB] |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압구정동 구현대의 현대2차 9층은 지난 5월 37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현대6차 6층은 같은 달 35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과거에는 같은 평형이라도 6·7차의 가격이 1·2차보다 높게 형성됐다. 6·7차는 한강 조망이 힘들지만 대지지분이 많다. 예를 들어 현대1·2차는 전용 196㎡(65평)의 대지지분이 86.8㎡(26.28평)다. 같은 크기의 6·7차는 대지 지분이 100.5㎡(30.42평)로 더 크다. 실제 기존 용적률도 1·2차는 225%, 6·7차는 189%로 차이가 있다. 재건축 사업은 일반적으로 허용 용적률과 기존 용적률 차이가 클수록 사업성이 높다.
하지만 강남 재건축에서 한강 조망권이 주목받으면서 현대1·2차 가격 상승에 가속이 붙었다. 전용 196㎡ 기준으로 1차 8층은 2015년 4월 26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해 4월 같은 크기의 6차 14층이 29억9000만원에 매매돼 1차보다 6차가 3억원가량 비쌌다.
현대1·2차 단지는 구현대 돌출부에 위치해 한강 조망이 가장 뛰어나 이곳 주민들은 재건축 후에도 기존 '조망권'이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1·2차 주민들은 기존 아파트 조망권, 층수, 위치 등을 최대한 감안해 새 아파트 동·호수를 배정하는 수평이동 방식을 선택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6·7차 주민들은 대지지분이 큰 만큼 재건축 후 동·호수 배정을 비롯한 한강 조망권에 우선권을 가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은 "대형 평형 아파트는 거래가 드물고 인테리어 수준에 따라 수억 원의 가격 차이가 나서 가격을 단순 비교하긴 힘들다"면서 "특히 구현대는 같은 평형이라도 단지별로 대지지분이 다르고 조망권이나 층·위치에 따라 재건축 후 시세가 달라지므로 투자 전에 동·호수 배정 방식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현대는 서울시의 35층 규제에도 가장 심하게 반발하는 편이다. 역사문화공원(2만5000㎡ 규모)을 한강 조망권이 가장 뛰어난 1·2차 단지에 조성하겠다는 서울시 재건축안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강하다. 기부채납(공공기여) 비율도 갈등 요인이다. 서울시는 압구정지구 기부채납 비율을 15%로 정한 가운데 구현대는 타 구역보다 높은 16.5%로 설정했다.
압구정역 일대를 종상향해 40층 랜드마크 주상복합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도 주민들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주민들은 종상향에 따른 기부채납 비율이 높아지는 부담 때문에 반대한다. 하지만 또 다른 측에서는 서울시가 압구정역을 종상향시켜 주면 대치 은마아파트 종상향을 반대할 명분이 없어져 랜드마크안을 무산시키려 한다고 의심한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시가 주민들의 다른 의견은 모두 무시한 채 40층 건물에 대한 일부 주민들 불만만 수용한다는 게 석연치 않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재건축 사업을 위한 구현대 주민 동의율은 지난 3월 50%를 넘어섰지만 각종 서류 보완 작업과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며 한때 동의율이 50%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압구정 구현대는 조망권, 대지지분 논란과 함께 상가 소유주와의 합의도 재건축을 위해 넘어야 할 과제다. 구현대에는 단지 안에 전통시장 '신사시장'과 구분상가들이 있다. 신사시장은 신사S&G란 업체가 지상 3층 상가를 통째 소유하고
반면 구분상가는 재건축을 고려한 투자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인근 B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13억원 하던 8평 상가가 두 달 전 18억원에 매매됐다"며 "매물이 귀하고 매물이 나와도 대부분 구현대 주민들 사이에서 소화된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