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7월 17일(14:3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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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인물열전 / ⑭문창호 한국신용평가 Ratings 총괄본부장◆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한국신용평가에서 기업평가본부, 금융평가본부, SF평가본부를 담당하는 문창호 Ratings 총괄본부장(사진)은 국내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가운데 산업별 경쟁 구도가 심화되면서 일시적인 유동성 공급과 단발적인 재무 구조조정 등 '버티기' 전략으로는 더 이상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일부 기업들이 그룹 내 핵심자산(코어자산)을 잇달아 매각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한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문 본부장은 "국내 기업들이 기존 차입금에 대한 만기연장(롤오버)과 회사채 발행, 은행 차입금 등이 어려워지니 코어자산을 팔거나 채권단에 자금 지원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었다"라며 "문제는 이들 기업들이 1~2년 후에는 자금을 모두 사용하고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어자산을 매각하기에 앞서 먼저 자본확충을 시도하고 재무적 구조조정과 동시에 사업적 구조조정을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처럼 문 본부장이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까닭은 최근 열악한 재무구조로 시장의 우려를 받는 일부 그룹들이 핵심자산을 잇달아 매각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랜드그룹은 올 연초 중국 여성복 업체에 패션 브랜드 '티니위니'를 51억3000만위안(한화 8770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사모투자펀드(PEF)인 MBK파트너스에 생활용품 브랜드 '모던하우스'를 6435억원에 매각했다. 여기에 서울 홍대와 합정역 부지 등 부동산과 이랜드리테일 지분(69%) 매각대금까지 고려하면 1년 새 이랜드그룹이 매각한 자산 규모만 2조원을 넘는다. 이랜드 측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패션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스코필드와 뉴발란스 등 '제2의 티니위니'가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핵심자산 매각에 따른 영업수익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 한 해 동안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매각,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 매각, 두산 DST 지분매각, 두산건설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 양도 등을 통해 2조2000억여원에 달하는 외부 자금을 조달했다. 그럼에도 두산그룹의 재무부담이 여전히 과중한 수준인 데다 두산건설에 대한 지원 부담이 계열사 전반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 본부장은 "국내 기업들은 지난 2~3년간 구조조정을 거쳐 재무구조를 개선했고 이에 대한 학습효과까지 습득했다"라며 "특히 조선과 해운, 건설, 철강 등 특히 중후장대 산업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수차례 이뤄졌기 때문에 앞으로 이들 업체의 등급하향 기조는 많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본부장은 올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에 대해 신용등급 하향 기조가 유지된 가운데 하향 강도는 상당히 완화됐다는 총평을 내렸다. 올 상반기 신용등급 하향 업체는 총 10개사로 지난 2015년(48개), 2016년(24개)과 비교해 눈에 띄게 줄었다. 이러한 변화는 재무 구조조정에 따른 기저효과가 나타난 데다 화학, 철강, 해운 업종에서 실적반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전자와 석유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한 실적개선에 힘입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개선했지만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상향 기조로 바뀌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문 본부장은 "유화업종 내 양호한 실적 요인은 지난해 8차례에 걸친 등급 상향을 통해 이미 반영됐고 전자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호황 싸이클에 있는 산업의 경우에는 높은 산업변동성과 인수합병(M&A) 이슈 등이 상존하고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며 "내년에는 신용등급 상향 기조와 하향 기조가 균형 상태에 돌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신용평가사의 역할에 대해 신용등급의 적정성, 적시성, 일관성, 예측가능성, 투명성을 어떻게 담보하고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문 본부장은 "신용평가사와 신용등급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원리금 상환능력의 관점에서 공정하고 독립적인 전문가 의견을 피력함으로써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신용평가사 고유의 역할과 가치는 독립성과 공정성 그리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신용평가의견이 여러 이해관계자를 통해 자본시장의 발전과 효율적 자원배분에 기여할 때 극대화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