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주식 포트폴리오를 통해 시장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게 목표인 '액티브 펀드'는 올해 코스피와 비교해 크게 떨어지는 성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코스피에서 시가총액 20%를 차지하고 있는데, 펀드에 편입된 삼성전자 비중은 이보다 작기 때문이다. 하반기 펀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를 펀드에 더 담아야 하는데 올해 들어 40%나 오른 주가가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1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13일까지 주식형 액티브 펀드 평균 수익률은 14.3%로 코스피 상승분(18.9%) 대비 크게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주요 주식형 펀드에 삼성전자 주식이 충분히 담겨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분석한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월 주당 120만원을 밑돌다 1년 반 만에 주당 250만원을 돌파할 정도로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별다른 조정 없이 주가가 계속 달린 탓에 펀드매니저가 매수 타이밍을 잡기 힘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운용업계 대표는 "업계 사람 두세 명만 모이면 빼놓지 않고 삼성전자 주식 얘기를 한다"며 "삼성전자 주가가 코스피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펀드 수익률이 지수 따라가기도 솔직히 버거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액티브 펀드 수익률이 지수 대비 크게 낮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수익률을 추산할 수 있는 669개 주식형 펀드 중 연초 이후 7월까지 20% 이상 수익률을 올려 코스피를 이긴 펀드 숫자는 109개(16.3%)에 불과하다. 이 중 인덱스 펀드가 아닌 펀드는 29개(4.3%)로 극히 일부분이다. 펀드매니저가 시장을 이긴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다른 운용업계 대표는 "얼마 전 한 대형 기관(금융사)에서 자금을 위탁받은 운용업체 수익률을 평가했는데, 내가 굴린 펀드가 코스피를 1%포인트 이긴 걸로 상위권에 랭크됐다"며 "다른 때 같으면 시장을 4~5%포인트는 이겨야 받을 수 있는 순위였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삼성전자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경기가 상승·하락을 반복하던 과거 흐름에서 벗어났다는 논리가 새롭게 뜨고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도 안 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놓고 '회사에 무슨 문제가 있기에 주가가 이렇게 싸냐'고 되물을 정도"라며 "IT를 중심으로 한 대형주는 가치평가 면에서 여전히 주가가 더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역시 "2000년대 중반 중국발 선박 발주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조선업체 주가가 3년여 만에 100배 뛴 사례도 있다"며 "지금 반도체 경기가 그 정도로 활황은 아니지만 1년 만에 주가가 2배 올랐다는 이유로 상승 여력이 없다고 단정 지어선 안 된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제품 다각화로 인한 호황을 이어갈 수 있다는 논리도 펼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주력 제품인) D램 수요는 하반기에 꺾일 가능성이 있지만 낸드플래시 경기는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삼성 입장에서는 D램 경기가 떨어지더라도 세계 1위인 낸드플래시가 실적 방어를 해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최근 반도체 경기 활황이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알파벳)'로 대표되는 미국 기술 기업이 이끄는 측면이 큰 만큼 이들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을 잘 지켜봐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이들 기업의 설비투자비 지출(CAPEX)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며 "서버 증설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들면 예년 대비 과도할 정도로 사들이는 반도체 주문량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금 당장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거둘 필요는 없지만 업종 이익 전망치 상향 조정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적 호조에 따른 전망치 상승이 무조건 지속된다는 '믿음'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