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긴축 통화정책과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 등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우리나라가 발행한 외화표시 채권(글로벌본드)이 147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소폭 줄었지만 새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과 한국 기업들의 실적개선 효과에 힘입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2일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상반기 우리나라가 발행한 글로벌본드는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한 147억4150만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지난 4월 대북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글로벌본드 발행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161억2269만달러)과 비교해 14억달러 가량 줄었다.
그러나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내수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한국도로공사가 국내 기업 가운데 사상 최저 금리로 스위스 프랑화 표시 글로벌본드를 발행하는 등 한국채권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살아났다. 여기에 한국 주식시장이 기업들의 실적개선을 기반으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는 점 또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 상반기 글로벌본드 발행 추이를 살펴보면 정책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발행한 글로벌본드(48억7746억달러)가 전체 발행액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수출입은행은 뉴질랜드 달러화 표시 채권, 산업은행은 싱가포르 달러화 표시 채권을 각각 발행했다. 향후 국내 기업들이 해당 통화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튼 셈이다. 지난 5월에는 한국도로공사가 2억3000만프랑 규모의 글로벌본드 발행에 성공하면서 2년6개월 만에 스위스 프랑화 표시 채권 발행이 재개됐다.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철도공사, 남동발전 등 정부의 직간접적인 신용보증을 받는 공공기관들도 잇달아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 아울러 국민은행과 기업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현대캐피탈 등 주요 금융기관들도 발행 대열에 합류했다. 민간기업 가운데는 GS칼텍스와 LG전자, L
IB업계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달러당 원화값과 국내 시중금리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데다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 여파로 투자자들이 투자 다변화에 나서면서 한국채권에 대한 인기가 식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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