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SCI의 글로벌 증시 진단 ◆
지난 10일 방한한 페르난데스 MSCI 회장은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내년 8월 중국 본토에서 거래되는 A주의 5%가 MSCI신흥국지수에 포함되지만 점진적으로 편입 규모가 늘어나고 향후 사우디아라비아까지 포함되면 한국은 신흥국지수에서 나가는 편이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편입되는 중국 종목은 대형주 222주에 그치지만 향후 중형주 230종목도 추가로 편입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편입될 경우 최소 4.5~5.0%를 점유할 것"이라며 신흥국 내 한국의 입지 축소에 대해 우려했다. MSCI는 전 세계 증시를 선진국·신흥국·프런티어마켓 등 세 가지로 구분해 놓는데 한국은 신흥국에 속해 있다. MSCI를 추종하는 자금은 11조달러로 추산되며 이 중 9조달러가 선진국지수에, 나머지 2조달러가 신흥국지수에 투자된다.
현재 한국이 MSCI신흥국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 다음으로 많은 17% 선이지만 내년 8월 중국 A주가 편입 완료되면 중국 비중은 0.73%포인트 늘어나고, 한국은 0.23%포인트 줄어들게 된다. 단순 계산으로 46억달러 정도가 이탈하는 셈이다. 하지만 올해 관찰대상국에 편입된 사우디아라비아가 MSCI신흥국지수로 들어오고 중국 A주가 전량 편입되면 여기서만 최대 22%가량을 차지하게 된다.
MSCI 헨리 페르난데스 회장은 지난달 중국 A주의 MSCI신흥국지수 편입을 결정하기에 앞서 수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컨설팅을 받은 후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이들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체감했다"고 밝혔다. MSCI는 뱅가드그룹, 블랙록, 티로프라이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전 세계 유수의 기관투자가들이 전체 지분의 96.7%를 보유한 뉴욕증시 상장기업이다. 세계 최대 지수사업자인 MSCI는 중국의 신흥국지수 편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상 수많은 기관투자가와 주주·고객들의 컨설팅을 받아 이를 대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 100대 자산운용사 중 97개를 고객으로 두고 있는 MSCI 입장에서도 미국 뉴욕증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중국을 신흥국지수에 편입시키면서 고민이 커졌다는 게 페르난데스 회장의 전언이다.
그는 "접근성이나 수익금 회수 제한 등 중국의 신흥국지수 편입을 문제 삼아왔던 전 세계 투자자들이 돌아서게 된 것은 중국 정부가 그만큼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며 "시가총액 7조달러 규모의 중국 편입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그만큼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당장 MSCI신흥국지수만 봐도 중국은 점점 더 편입 규모를 늘리고 싶어 할 것이고 올해 검토 대상에 오른 사우디아라비아도 편입을 원하고 있어 향후 투자자들은 더욱
그는 "30년 전 한국이 신흥국지수에 편입될 때만 해도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고수익 투자법은 좋은 주식을 잘 골라 투자하는 것 하나뿐이었지만 지금은 각종 파생상품 등 다양한 시장이 열렸다"며 "한국도 향후 갈 길을 잘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