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SCI의 글로벌 증시 진단 / 헨리 페르난데스 MSCI 회장 인터뷰 ◆
![]() |
지난 10일 방한한 헨리 페르난데스 MSCI 회장은 사회책임투자로 대변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ESG) 투자'에 관한 한 한국 시장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오너의 갑질 논란이 있는 일부 기업들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투자자들로부터도 외면받아 주가 급락을 겪고 있다.
마치 이를 잘 알고 있기라도 한 듯 페르난데스 회장은 말을 이어갔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연기금들은 ESG 투자 원칙을 일찍부터 지켜나가고 있다"며 "전 세계 연기금이 삼성전자 등 한국의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데다 한국의 연기금도 해외 투자를 하는 만큼 ESG 투자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ESG 투자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지배구조 변화 등 비재무적 성과를 분석하고 반영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은 총 10억500만달러(약 1조2000억원)가량을 ESG 투자에 쏟아붓고 있고, 노르웨이 국부펀드(GPF)는 전체 자산을 ESG 기준으로 관리하면서 여기에 위배되는 기업들은 투자금을 빼고 목록까지 만들어 발표할 정도다. 일본 공적연금(GPIF)도 지난 3일 주식 투자분의 3%에 달하는 1조엔(약 10조6000억원)을 ESG 투자에 할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한국투자공사(KIC)가 사회책임투자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결성했고, 국민연금이 운용사에 ESG 투자를 일부 위탁하고 있는 게 전부다.
ESG 투자가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높다는 것도 수치적으로 증명된다. 신흥국과 선진국의 2449개 기업 주식이 포함된 'MSCI글로벌지수(MSCI ACWI index)'의 지난해 수익률은 18.4%지만 ESG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기업 1118개만 포함된 'MSCI글로벌ESG지수(MSCI ACWI ESG index)'의 같은 기간 수익률은 17.6%로 낮다. 반면 투자 기간을 5년으로 늘려 보면 수익률은 뒤집힌다. MSCI글로벌지수의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9.3%지만 MSCI글로벌ESG지수 수익률은 9.7%로 나온다. ESG 투자 수익률이 더 높게 나온다는 얘기다.
![]() |
그는 "글로벌 뉴스를 일주일치만 잘라 본다면 아마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없는 주는 한 주도 없을 것"이라며 "지난달 미국에서도 직원 처우 관련 논란 때문에 혁신기업 우버의 CEO가 물러나는 등 SNS 덕분에 기업 지배구조가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다소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일을 저질러도 잘 드러나지 않는 일도 많았지만 요즘은 SNS 덕분에 실시간으로 주가에 반영된다는 의미다. 실적만 보고 투자하는 일반 투자보다 실적 외의 것까지 감안해 투자하는 ESG 투자가 앞으로 더욱 인기를 끌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도 이 같은 사회적 변화 때문이다.
MSCI는 현재 700개 이상의 ESG지수를 갖고 있는데 이를 추종하는 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 560억달러(약 61조원) 수준이다. 전체 MSCI지수 추종 자금이 11조달러임을 감안하면 작은 규모지만 요즘 성장 속도는 어느 지수 못지않게 빠르다. MSCI는 전 세계 4000개 기업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며 환경영향 등을 하나하나 파악하기 위해 매일 1200개 이상의 전 세계 언론을 추적한다. 재무제표에는 드러나지 않는 정성적인 평가를 위해 매일 수십만 건의 데이터를 누적해 나가는 것. 기관투자가들의 ESG 투자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 MSCI가 하나의 거대한 빅데이터 기업이 돼 가고 있는 셈이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글로벌 경제에 가장 큰 주체는 기업이고, 이들 기업이 더 나은 사회적 주체가 돼야만 투자자도 몰리고 일자리도 나오는 것"이라며 "ESG 투자가 당장은 기업
■ <용어 설명>
▷ ESG 투자 :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같은 환경적인 요소나 지배구조처럼 비재무적 성과를 분석해 투자금을 집행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한예경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