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조원 굴리는' 제이 윤 뉴욕라이프자산운용 CIO
제이 윤 뉴욕라이프자산운용(NYLIM) 최고투자책임자(CIO·한국명 윤제성·49)는 9일 매일경제와 만나 하반기 글로벌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을 밝혔다. 뉴욕라이프자산운용은 메트라이프·푸르덴셜생명과 함께 미국 3대 생명보험사로 손꼽히는 뉴욕라이프의 자회사다. 운용자산(AUM) 규모만 300조원에 달한다. 2015년 9월 CIO로 선임된 제이 윤은 모든 자산을 직접 운용·관리하고 있다.
윤 CIO는 "반도체주는 가격이 그동안 너무 빠른 속도로 올랐다.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공급량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에서 하반기에는 그 상승세가 다소 꺾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IT주도 마찬가지다. 당분간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이전만큼 가파르게 올라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우려하는 '테크 버블'에 대해서는 비싸긴 해도 버블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의 코스피 상승에 대해서는 "글로벌 반도체 랠리에 대만과 한국이 함께 수혜를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 유망 종목으로는 '금융주'와 '헬스케어'를 꼽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금리 상승 기조는 금융주의 '매력'을 계속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 세계의 인구 문제와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헬스케어 역시 전망이 긍정적인 분야로 봤다. 그는 "이미 많은 글로벌 투자자가 두 섹터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의 통화정책 변경을 주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CIO는 "9월부터 미국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테이퍼링)가 시작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와 같은 지표들이 최근 계속해서 양호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인 만큼 테이퍼링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미국보다는 유럽의 테이퍼링을 더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럽이 그동안 금리를 워낙 큰 폭으로 낮춰놓은 탓에 그 상승폭과 속도가 미국보다 훨씬 크고 빠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윤 CIO는 "유럽 시장의 회복세는 다양한 지수에서 나타나듯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 완화정책 기조를 지속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유럽의 기준금리 기조 및 채권 매입 프로그램 방향이 현재로선 변경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의 경기 회복세는 미국에 비해 훨씬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유로존의 여러 선행 지표가 개선되고 있고 글로벌 산업 경기 동향에 높은 민감도를 가진 기업들의 이익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윤 CIO는 특히 유럽의 정치적 리스크가 완화된 것이 결정적인 상승 요인이라고 전했다. 윤 CIO는 "지난 프랑스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과 그의 정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승리함에 따라 정치적 리스크가 완화됐고 유럽연합(EU) 전반에 대한 지지도 상승했다"며 "유로존 정치적 리스크가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미국 증시는 유럽에 비해 덜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미국 시장의 경우 최근 몇 년 동안 견조한 상승세를 보여왔고 이에 따라 현재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프리미엄에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CIO는 그 근거로 S&P500 지수의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현재 17.3배로 과거 30년 평균 대비 약 12%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들었다. 윤 CIO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리플레이션 트레이드(Reflation Trade·물가 상승에 대비해 장기 채권을 팔고 주식을 사는 것)'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며 "정치적 모멘텀의 부재가 미국 주식시장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낮다"고 잘라 말했다.
한반도 내 지정학적 긴장은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으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경기가 꺾이는 시점은 언제일까. 윤 CIO는 2019년이나 2020년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경기라고 볼 만한 조정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이나 신용(크레디트) 버블 뒤에는 불경기가 오는데 지금으로서는 신용 버블보다는 금리 인상 여파로 서서히 불경기가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난 윤 CIO는 건설사에서 근무하던 부친을 따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