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도시기금 수익성이 과제
사업비 절반인데 사실상 부채, 손실땐 청약통장 가입자 피해…재정은 非수익사업 집중할 듯
도시재생 뉴딜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분야 대표 공약으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예산 때문이다. 건국 이래 단일 개발사업에 이토록 많은 예산이 배정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는지, 마련된 돈이 과연 정부가 재량껏 지출해도 되는 자금인지 각종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으로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도시재생 뉴딜 예산 중 2조원은 정부 재정으로, 3조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 사업비로, 나머지 5조원은 주택도시기금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재정 2조원은 국가 예산을 직접 지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 동의를 거쳐 확보만 된다면 비교적 재량껏 집행할 수 있다. 공기업 사업비 역시 LH와 SH 등 도시재생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주요 공기업의 사업 목적이 서민 주거 안정성 달성이라는 점에 미뤄볼 때 부담 가능한 범위에서의 지출이라면 별다른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LH는 연간 토지와 주택 판매, 채권 발행 등으로 30조원 안팎을 확보하는데, 이 돈을 원리금 상환과 사업비 용도로 쓰고 남는 2조~3조원은 현금 유동성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재생 뉴딜을 위해 빚을 내거나 다른 예산을 축소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
문제는 도시재생 뉴딜의 전체 예산 중 절반을 차지하는 주택도시기금이다. 주택도시기금은 국민주택과 임대주택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사업주 또는 실수요자에게 지원하고 도시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데 쓸 자금을 민관에서 모은 것이다. 주택도시기금은 다시 주택계정과 도시계정으로 나뉜다. 원칙적으로 주택도시기금을 도시재생에 쓰려면 도시계정을 사용해야 하고 지금까지 그렇게 진행됐다. 하지만 올해 배정된 도시계정 사업비는 650억원에 불과해 5조원을 충당하기 어렵다. 이에 정부는 21조원에 달하는 주택계정 사업비를 끌어다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택도시기금법상 주택계정 용도 중 '도시계정으로의 전출 또는 융자'가 포함돼 문제는 없다. 하지만 주택계정 상당분이 입주자 저축과 국민주택 채권 발행으로 조성된 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주택도시기금이 투입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적정 수익을 거두지 못할 경우 주택계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과적으로 입주자 저축 가입자나 국민주택채권 매입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결국 도시재생 뉴딜이 성과를 내려면 수익성을 높여 민간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동시에 공적 자금 지출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는 "주택도시기금은 부채 성격이 있는 돈인데 투자금 미회수 리스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매년 5조원씩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는 재정을 투입하고 기금은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대금 회수가 가능한 사업 위주로 투자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주택도시기금의 공사자금 대출 금리를 낮추는 방안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 부동산금융으로 활로 모색
LH, 재무개선 78% 리츠 덕 부채 늘리지 않고 추진가능…서대구산단 재생리츠 준비
리츠는 외부 투자자금을 모집해 부동산이나 이와 관련된 대출에 투자한 뒤 그 수익을 배당하는 부동산 증권화 상품으로 국내에는 2001년 도입됐다. 국내 리츠 총자산은 2010년 7조6000억원에서 작년 말 25조원 규모로 급팽창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3년간 22조6000억원의 금융부채를 감축하고 지난해 역대 최고 영업이익(3조2000억원)과 당기순이익(2조2000억원)을 달성한 배경에도 리츠가 크게 기여했다. LH는 민간 자금을 활용한 사업 모델 발굴과 맞춤형 판매 전략, 구분회계 등을 도입해 3년간 총 6조1000억원의 현금흐름 개선 효과를 거뒀다. 그중 78%(4조8000억원)가 리츠 덕분이다.
개발사업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을 민간 자본과 기금에서 저리로 조달해 자체 사업비를 줄이는 대신 투자·회수가 최적화된 저비용 사업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총사업비 1~2%대 공사 출자금으로 부채를 늘리지 않고도 6월 기준 총사업비 29조원 규모 임대주택 공급 등 공공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셈이다. 서민층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리츠에 LH가 2762억원을 출자하고, LH 외 투자(1조1127억원)와 대출(13조7763억원) 등으로 4만9147가구 자산을 관리 중이다.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매입 임대 리츠와 뉴스테이(기업용 임대주택) 허브 리츠, 주택 개발 리츠, 도시재생에도 출자 없이 자산을 관리한다.
국내 첫 도시재생 리츠인 천안 동남구청 사례가 대표적이다. 천안시와 주택도시기금이 출자하고 LH가 사업 총괄관리·미분양 주택 매입 확약을 해서 사업 안전성을 확보한다. 2만㎡ 용지에 2286억원을 들여 낡은 청사를 허물고 공공청사와 어린이회관, 대학생 기숙사, 지식산업센터 등 복합 건축물을 개발한다. LH는 노후화된 서대구산업단지를 되살리는 산업단지 재생 리츠도 하반기를 목표로 설립을 추진 중이다. 산업시설 용지를 복합 개발해 경쟁력을 키우는 연구·교육·복지시설, 지식산업센터를 짓는 것이다.
허정문 LH 금융사업기획처장은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정순우 기자 / 이한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